Re..이발, 미발, 함양, 성찰과 관련하여  

본래 논문을 쓸 때는 여러 책을 두루 보아서 최대 공약수를 찾거나, 자신의 견해로 그것을 재평가하여 옳다고 생각하는 설을 따르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그 책이나 논문을 인용할 때는 자신이 택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느 논문에 이렇게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핑게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자신이 자신의 이론으로 옹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인용해서는 안 됩니다. 즉 자기가 동의할 수 없는 이론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인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인용을 할 때의 장점은 그것을 자신이 일일이 증명해야 하는데, 선행 논문이나 저술이 그것을 대신해 주기 때문에 편리한 것입니다. 어느 한 두 편의 논문이나 책을 보고 논문을 쓰면 편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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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발, 미발, 함양, 성찰과 관련하여 - 박지혜 ┼
│ 1에
│ "이발은 사려가 이미 싹툰 것을 가리키고 미발은 사려가 아직 싹트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로 미발과 이발을 이해했습니다.
답: 심의 미발/이발을 말할 때는 위와 같이 정의하면 큰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性情을 포함시켜 말할 때는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 생각을 자세히 하기 전에 발동하는 情은 미발로 분류하거나, 분류할 수 없게 됩니다. 율곡이 先情後意를 주장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이 발했는가 아직 발하지 않았는가를 가지고 미발이발을 나누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만 박선생의 논문에서는 심을 주로 하는 것 같으니 위의 정의를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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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함양과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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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 경이 함양과 성찰 자체라고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전체적으로 경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어 있는 것같습니다. 대학 때의 강의노트를 다시 보세요. 무엇인가 느껴지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철학은 대강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아 다르고 어 다른 미세한 것을 다루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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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이것도 대충보면 맞는 말 같지만 자세히 분석하면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경공부만 있고 함양/성찰하는 공부가 필요없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경공부와 함양/성찰 공부는 서로 분리하여 말할 수도 있고 합쳐서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주장은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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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받침할 수 있는 원문은 "주희집 32권 답장경부" (죄송해요 교수님. 저 지금 당황해서 원문을 찾을 수가 엄서요 ㅜ.ㅜ)
│ "생각컨대 심은 하나의 몸을 주재하는데 동정어묵의 틈새가 없으니, 이로써 군자는 동정어묵할 때 경에 대해서 힘쓰지 않음이 없다. 미발의 전에 이 敬은 존양의 실질에서 드러나고,이발의 경우 이 敬은 항상 성찰하는 가운데 행해진다."
답: 원문은 "蓋心主乎一身而無動靜語默之間 是以君子之於敬 亦無動靜語默而不用其力焉 未發之前 是敬也固已主乎存養之實 已發之際 是敬也又常行於省察之間" 인가 봅니다. 여기서 "실질에서 드러나고"의 드러나고는 '주재하고'의 잘못인 것같습니다. 착각인지 의도적인 변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 하였을 때 경의 능동성은 없어지고 수동적인 면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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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받침할 수 있는 원문은 "주자어류 62권 135조목"
│ "이발과 미발에 크게 얽매일 필요가 없다. 단지 이미 함양하고 또 성찰할 뿐이니, 어느 때고 함양성찰하지 않을 때가 없다...(중략) 필대가 기록해서 말했다. 존양성찰은 미발과 미발을 관통하는 공부이다. 미발시에는 한결같이 존양해야하고, 이발시에도 역시 존양해야 한다. 미발시에도 한결같이 성찰해야 하고 이발 시에도 한결같이 성찰해야 한다."
62:136 不必大泥. 只是旣涵養, 又省察, 無時不涵養省察. 若戒懼不睹不聞, 便是通貫動靜, 只此便是工夫. 至於愼獨, 又是或恐私意有萌處, 又加緊切. 若謂已發了更不須省察, 則亦不可. 如曾子三省, 亦是已發後省察. 今湖南諸說, 却是未發時安排如何涵養, 已發時旋安排如何省察.” <必大錄云: “存養省察, 是通貫乎已發未發功夫. 未發時固要存養, 已發時亦要存養. 未發時固要省察, 已發時亦要省察. 只是要無時不做功夫. 若謂已發後不當省察, 不成便都不照管他. 胡季隨謂譬如射者失傅弦上始欲求中, 則其不中也必矣. 某謂‘內志正, 外體直’, 　梁取親所以可中, 豈有便閉目放箭之理!”>
위의 번역을 고치면 "이발과 미발에 크게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미 함양하였고 또 성찰하였으니, 함양도 성찰도 하지 않은 때는 없다. 만일 보지 않을 때 듣지 않을 때 경계하고 두려워하면 바로 動靜을 관통하니 단지 이것이 바로 공부이다. 신독에 이르러서는 또 혹 私意가 싹틀까 두려워하여 더욱 긴절하게 하는 것이다. 만일 이발하였으므로 다시 성찰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역시 안 된다.... 필대 이하: 존양성찰은 미발과 미발을 관통하는 공부이다. 미발일 때는 본래 존양해야 하고 이발일 때도 역시 존양해야 한다. 미발일 때는 본래 성찰해야 하고 이발일 때도 역시 성찰해야 한다. 다만 공부를 하지 않을 때가 없어야 한다."

전반부에서는 이미 존양과 성찰을 모두 하였기 때문에 존양이나 성찰 중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때는 없다는 뜻입니다. 필대 이하에서는 固자를 잘못해서 이상하게 되었습니다.

62:137도 관련된 문답인데, 湖南사람들이 미발일 때는 어떻게 존양하고 이발일 때는 어떻게 성찰할 것인지에 대하여 지나치계 예민하게 따지고 드니까, 주자가 그것을 너무 세세하게 따지지 말고 존양성찰을 함께 해야 한다는 뜻으로 답변한 것입니다. 그런데 위 인용에서는 심의 미발/이발 자체를 따지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심의 미발/이발을 조금만 이해하면 그 자체의 구분을 흐리는 것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발과 이발을 이어주는 敬"이라고 하면 미발-경-이발이 되어 더 난처한 상황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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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 연평의 미발체인을 폐기한 중화구설에서 주희는 심의 미발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그 후 중화신설을 통해 체용으로 심의 미발과 이발을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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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에 이발과 미발의 경직된 의식을 제자들로 하여금 경계하게 한 것은 당시의 기계적인 공부관을 비판하면서
│ 敬에 매진할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라 생각되는데...
답: 심의 미발 이발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마음은 아무 생각이 없을 때도 있고 어떤 생각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며 일을 하지 않는 심을 미발이라 하고, 생각하며 일을 하는 심을 이발이라 하는 것입니다. 경은 미발일 때도 경하고 이발할 때도 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자가 구설에서 미발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발에 그것을 포함시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보자는 구설을 보지 말고 신설을 위주로 해서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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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의 미발에 함양(존양)을, 이발에 성찰(찰식)을 위치시키는 것이 무리일까요 교수님?
│ 전 敬의 體를 존양으로, 用을 찰식으로 보고 싶은데.. 이것도 무리일까요?
답: 이 부분은 문제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경이 어떻게 미발심과 이발심을 관통하는지를 잘 생각하세요. 경을 다시 보세요. 문제가 더 쉽게 해결됩니다. 상식이 통해야 하지,상식을 벗어난 주장은 잘못되고 이상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문답 전체 나아가 그 전후 사정을 읽지 않고, 단장취의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개념이 잡히지 않아서인지.. 많이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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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논문을 거론했기에 비밀번호를 걸어두겠습니다. 후에 참고문헌을 지우고, 여러 사람과 볼 수 있도록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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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이발, 미발, 함양, 성찰과 관련하여(晴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