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이 많군요. 그래도 힘내세요. 확실히 알고 가르치는 것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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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 성리학 관련 질문 드립니다. - 박지은 ┼
│ 교수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답변에 감사하단 댓글도 늦게 달아 먼저,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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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실제 피부에 와닿는 내용으로 가르치고 싶은데, 막상 제가 추상적으로만 성리학을
│ 알고 그 진정한 의미는 잘 모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좀 더 쉬운 표현과 구체적인 실례를 잘 모르고 어렵게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부족함이 너무 많아 질문이 많습니다. 오늘 질문은 가짓수가 좀 되어 간략하게 번호를 매기어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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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주희의 이기이원론에서 심성론으로 넘어오면서 '심, 성, 정'의 관계를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 제가 아이들과 수업할 때, 심은 (a)기(물질)의 일종으로, 리를 담는 그릇(리의 의착처)이고, (b) 모든 지각작용을 담당하는 것으로 지금 우리가 몸의 주재자라고 생각하는 '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 그런데, (Q1) 모든 기에는 리가 담겨있는데, 그렇다면 우리 몸을 예로 들자면 세포 하나하나의 기마다 다 리가 따로 들어있는 것인지, 여러 기 중 하나인 '심'에만 리가 들어가 있는 것인지 궁급합니다.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추측합니다.
답: 전자가 맞습니다. 세포 하나하나에 리가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구태극 통체태극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의 유전정보도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있지요. 리는 공간을 차지하는 형이하자가 아니므로 세포마다에 들어 있다고 하여도 문제 없어요.

│ (Q2)또, 심이 모든 지각작용을 한다고 했는데, '모든 지각 작용= '정'(감정작용)의 작용'인 것인지, 아니면 심의 지각작용에는
│ 성발위정 외에 다른 작용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 지각작용은 기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율곡 이이가 '의'라는 것을 새롭게 얘기한 것인지, 아니면 주자 때도 얘기했는데, 율곡이 보다 강조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서 심의 지각 작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습니다.
답: 심의 지각작용은 밖에서부터 안으로 들어오는 방향이고 정은(감정작용)은 안에서 밖으로 나아가는 방향입니다. 즉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아, 나의 친구 갑순이구나!" 하고 아는 것이 지각작용이고, 그 지각작용에 근거하여 반가워 하는 것이 정, 즉 감정작용/반응입니다. 이 때 그런 작용을 하는 것 자체는 氣인 心이고, 그 심에는 理인 性이 있어서 가능한 것입니다. 즉 성이 심으로 하여금 그런 작용을 하게 하는 원인(所以然)이 됩니다. 바꿔 말하면 기가 그런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물이 아래로 흐르는 본성을 가지고 있어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율곡은 주자나 퇴계와 조금 다르게 情과 意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율곡은 先情後意라고 하여 정이 먼저 發出하고 그런 정을 이리저리 조정하는 것은 意라고 합니다. 주자나 퇴계는 意 속에 情이 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같이 발출합니다. 意는 氣의 작용이고 정은 리의 계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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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3) 교수님, 저는 사덕=성=리라고 생각했는데, <풍우란 책>에 보니 '성=인의예지의 사덕'이고, 태극은 사덕 외에 다른 것도 포함하는 천리라고 설명되어 있던데 이게 맞나 해서요. 전에 교수님께서 성즉리가 '성=리'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리가 좀 더 큰 개념'이라고 말씀하신 게 떠올라서 맞는 말 같은데, 그럼 리에는 사덕 외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 인간을 포함하여 만물은 각자 온전한 태극을 지닌다고 했는데(각구일태극) 이때의 태극을 저는 사덕(인의예지) 또는 오상(인의예지신)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인의예지 사덕을 밝히면 천리를 알게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천리(또는 태극)이 더 큰 개념이면 아무리 사덕을 밝혀도 천리를 모두 다 깨닫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답: 태극은 성을 태극으로 볼 때도 있지만, 도를 태극으로 볼 때도 있습니다. 박선생이 생각하는 것은 성을 태극이라고 보는 측면에서 말하는 것이고, 道를 태극이라고 하는 것은 도가 모든 리를 포함하는 큰 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즉 통체태극이지요. 도/리는 率性, 즉 性대로 하는 것이지요. 성에서 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박선생이 생각하는 것은 나의 성, 그 나의 성에서 나오는 리를 주로 말하는 것인데, 이외에도 대상 사물의 성과 그에 따른 리도 있으니, 나의 인의예지를 모두 밝힌다고 해도 사물의 성과 그에 따른 리를 알지 못하면 안 됩니다. 즉 나의 성만 다 밝힐 것이 아니라 만물의 성도 밝혀야 리를 다 알 수 있는 것입니다.

│ (Q4)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사람은 바르고 정통한 기?를 얻고, 사물은 치우친 기를 얻었다고 한 구절이 있던데 이것과 기의 청탁수박은 별개인 것인지, 관련이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 그것은 편전통색은 사람과 만물을 구분하는 것이고, 청탁수박은 사람이나 만물 안에서 다시 나눈 것입니다. 사람처럼 전통한 기에도 다시 청탁수박의 차이가 있고, 다른 만물처럼 편색한 기에도 다시 청탁수박의 차이가 있습니다.

│ (Q5) 그리고 천리, 태극(=천리?)과 관련하여 인간과 만물(개든, 꽃이든, 책상이든) 모두 하늘로부터 리를 부여받았다고 알고
│ 있는데, 그럼 형체를 이루는 '기'는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요? 제 생각으로는 기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인데, 리의 작용으로 이합집산하고 그 이합집산하여 형성된 형체 속에 리가 담겨지는 것 같다는 추측이 듭니다. <태극도설>에서 '무극이태극~'의 해석을 생각해보니, 리가 기를 실제 생성하거나 낳기 보다는, 원래 기가 있어 이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즉, 생성소멸, 변화 작용)의 '원리나 법칙'으로서 기능할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니면 혹시 천리처럼 천기라는 말이 있을까요?(설마...!)
답: 기도 天(하늘)으로부터 부여받는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정자와 난자를 통해 사람의 유전정보를 받기도 하지만 그 정자와 난자로부터 기도 받지요. 그래서 수정란이 되고 그 수정란이 공기(산소)와 영양분을 받아 성장합니다. 그 최초의 수정란과 지속적으로 받은 기가 모두 天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다만 리는 형이상자이므로 수정란 시절이나 성인이 된 후에나 완전 동일하지만, 기는 성장/변화가 있습니다. 리에 따라 기가 이합집산한다는 말은 좋습니다. 기는 리가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리에 따라 이합집산할 뿐입니다. 우주는 기로 이루어져있으니 그것을 천이라 한다면 그 천을 이루고 있는 것이 천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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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6) 교수님, 그리고 심과 성정의 체용, 중화 관계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저는 마음의 본체가 바로 성이고, 이 성이 발한 것이 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성이 마음의 본체야, 그리고 정은 성이 발한 정이야. 좀 더 풀이하자면, 성이 작용하여 드러난 것이 정이야.'라고 하면서 '우물가의 빠지려는 어린 아이를 보면, 그때 우리 마음 안에 성(인의예지 사덕)이 있어서 그것을 근거로 해서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수오지심이라는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거지'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이더라고요. 저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본체'라는 말은 알지만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겠고, 성발위정에서 '발하다'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더라고요. 이 뜻을 분명히 알고 더 쉽게 설명하면 아이들에게 와닿게 설명할 수 있었을텐데, 잘 몰라 아마 아이들을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마음의 본체 할 때의 '본체'란 도대체 무슨 의미이고, 성발위정의 '발'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ㅠㅠ
답: 心之體라고 할 때의 체는 두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아직 움직이지 않은 상태, 즉 정지 상태를 주로 말하는 體用의 체가 있고, 다른 하나는 빼대를 이루는 골자를 의미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골자의 의미로 쓴 것 같습니다. 이때는 그렇게 설명하지 말고 '마음의 성질이 성이고 그 성질대로 발현된 것이 정이다' '마음은 본래 仁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 성질대로 반응한 것이 측은지심이다.'고 하면 다소 이해가 될지요? 다음에는 인 속에는 의예지가 함께 들어있으니, 넓은 의미의 인으로부터 의예지가 나오는 것을 설명하면 될 것입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성질, 용수철이 위로 튀어 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아래로 흐르고 위로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이, 심은 인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측은한 상황이 보이면 측은한 정을 드러냅니다. 發은 성이 발현/발출/작용 등의 의미입니다. 성리학에서는 심이 인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인한 정을 드러낸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리인 성을 주어로 사용하여 '성이 기인 심을 작용하도록 하였다/시켰다', 또는 성이 발현하여 정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성이 자기의 성질을 드러내어/발현하여 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를들면 물이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 물로 하여금 아래로 흐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요즈음 서양철학적 표현과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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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7)참고로, 심체에 대한 질문은, 양명 공부할 때 계속 의문이 많았습니다. 양명의 심체와 주자의 심체가 그 글자는 같으나 구체적인 의미가 다른 것 같은데, 제가 공부하여 파악한 느낌은 양명은 심체=마음의 본모습, 주자는 심체=마음의 본체로서, 마음의 특성? 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이게 맞을까요?
답: 양명의 심체의 체는 주로 체용의 체로 썼고, 주자는 골자의 의미로 썼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대개 그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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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8)또, 성과 정의 '발'과 관련하여 질문이 있습니다. 마음이 미발할 때에는 성이다?라고 알고 있는데, 이게 아무 일이 없어서
│ 지각작용이 없을 때를 미발이라 하고, 이 미발 시에 존양성찰에서 본성을 함양하는 '존양'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리하여 '부중'이 아니라 '중'을 이루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발이 지각작용이 없다는 말과 같은지, 또 미발시 공부인 성을 보존한다는 '존양'이란 무엇인지.. 정약용이 말했던 것처럼 방구석에서 가만히 아무 것도 안 하고 일 없이 명상하고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으로밖에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그리고 또 '중화'에서 성일 때 '부중'이 아니라 '중'하게 해야 한다는데, 이건 또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건지.... 전혀 와닿지가 않습니다.ㅠㅠ 또, 미발시 계신공구하고, 이발시 신독하라는 말이 있던데, 계신공구와 신독이 그 말 뜻만 보아서는 무슨 수양방법인지 말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교수님..ㅠㅠ
답: 심이 미발이라고 할 때는 대개 지각보다는 정을 주로 말합니다. 희노애락의 정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각만 하고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정은 반응을 주로 말하는 것이고 그것을 미발이라 합니다. 아직 정을 드러내지 않았을 때 存心養性, 즉 마음을 보존하고 성을 길러야 합니다. 이것이 존양입니다. 마음을 보존한다는 것은 방심하거나 쓸데 없는 잡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고, 성을 기른다는 것은 자기 본성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기 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존양은 아무 일도 없을 때에 자기의 마음과 성을 잘 간직하는 공부입니다. 이것을 未發之中이라고 합니다. 다산의 말은 정좌(靜坐)를 말하는 것같은데 이것을 "할 일을 일부러 물리치고 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으로 말한 것같은데 본래의 정좌는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지 할 일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으 아닙니다. 본래의 정좌는 존양과도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존양은 일이 없을 때 정신을 치리고 있으면서 자기의 본성이 잘 유지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中和는 중과 화로 나누어 말합니다. 희노애락의 정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것은 중이고, 희노애락의 정이 발현되어 모두 도리에 맞은 것을 화라고 합니다. 아직 감정을 드러낼 일이 없어서 가만히 있을 때는 정신을 차리고 성이 치우치거나 삐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중입니다. 감정을 드러냈을 때는 도리에 맞아야 합니다. 슬플 때 슬퍼하고 웃을 때 웃습니다. 이렇게 상황에 잘 맞앗을 때 이것을 화라고 합니다. 이렇게 잘 되었을 때 중화이고 잘못되었을 때 不中不和입니다. 계신공구는 아직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일이 없을 때에 삼가고(계신戒愼) 잘못할까 두려운듯이 조심(공구恐懼)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존양과 통합니다. 그리고 이발시 신독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때에 잘못될까 살피는 것입니다. 즉 자기가 일을 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살피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미세하고 정밀한 공부이므로 우리같이 거친 사람들은 쉽게 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우선은 항상 정신을 차리고 잘못을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될 것입니다.

│ (Q9)이와 관련하여 또 교과서에 존양성찰을 '양심을 보존하고 본성을 함양하여 나쁜마음이 스며들지 않게 함'이라 설명해놨던데,'양심을 보존'에서 왜 '심'이 아니라 '양심'이란 말을 썼는데, 양심이 심의 본 모습을 이르는 것인가요?
답: 양심을 보존한다는 것은 본래의 存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의도는 큰 문제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본래의 의미는 아닙니다. 심은 마음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 특히 지각판단력을 가진 심의 기본 능력을 위주로 말하는 것이고, 양심은 그 중의 자각능력을 가진 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양심은 국어에서 말하는 양심과 같은 것입니다.

질문 의도에 맞춰서 제대로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흡하면 다시 질문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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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여기까지 주자 성리학에 대한 질문 드렸습니다. 크게 7가지의 질문이지만, 제가 용어라든지 개념에 혼란이 많아 구체적으로 까다롭고 복잡하게 질문 드렸습니다. 가르치면서 정말 표면적으로, 활자로만 암기했구나 싶던 게 이번에 교사 활동을 하면서 탄로 나는 것 같네요.. 답변하기가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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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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