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근원에 대한 퇴율의 관점 차이(도윤) |
 이름: 晴野 2020/1/22(수) | |
 Re..선악의 근원에 대한 퇴율의 관점 차이 ================================ ┼ ▨ 선악의 근원에 대한 퇴율의 관점 차이 - 도윤 ┼ │ 교수님, 안녕하세요. 타교 윤리교육과 학생입니다. │ │ 귀교 학생분들이 공부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과 이에 대한 교수님의 정성스럽고 명쾌한 답변들이 녹아있는 이 게시판을 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 저 역시 공부를 하다가 의문이 생겨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비록 교수님의 논문이나 강의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아닐 수도 있지만.. 답변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 임용 기출 2012년 논술 3번 문제에 "성이 발현하여 정으로 되는 즈음이 바로 마음의 기미요 만물 변화의 근본이니, 그로부터 선과 악이 나뉘어 생기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 인용되었는데, 퇴계 선생님의 주장이라고 하더라구요. 답: 인용문의 번역이 좀 정확하지 않습니다. "성이 발현하여 정으로 되는 즈음이 바로 마음의 기미요 만물 변화의 근본이니, 그로부터 선과 악이 나뉘어 생기는 것이다." -->성이 발현하여 정이 될 즈음이 마음의 기미요, 온갖 변화의 중추(중심, 분기점)이며, 선과 악이 거기서부터 나뉘는 곳이다. 이것은 미발인 성이 발하여 막 이발의 정이 되려고 하는 지점은 미발인 마음이 막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기미)이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변화)의 출발점이고, 여기가 선악의 갈림길이라는 것입니다. 원문에 樞要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을 근본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합니다. 추요는 문을 여닫을 때 그 가운데 있는 돌쩌귀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변화의 요충지, 중추, 시작점 등의 의미로 썼습니다. 기미라는 말과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萬化를 '만물 변화'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만물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모든 변화, 우리가 하는 일의 모든 변화라는 뜻입니다. 즉 우리가 하는 '온갖 일'이라는 뜻입니다. 만물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내용이 달라집니다. 다만 우리가 상황에 반응하여 일을 하면 사물들이 그 영향을 받아 변화를 일으키므로 萬化에 만물의 변화가 포함된다고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든 성리학자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또 이것은 성리학이 아니라도 우리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마음이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정이고, 그 정의 시작에서부터 우리의 수 많은 일이 벌어지고, 그 출발점에서 선악이 나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성리학에서 성, 정, 리기 등의 용어를 사용해서 낯설뿐이지 내용은 다르지 않습니다. │ │ 하지만 저는 처음에 저 문장을 보고 이황보다 이이의 입장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 왜냐하면 퇴계 선생님은 선악의 근원을 미발 시의 마음 상태에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순선한 정인 사단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미발 시의 마음에 대한 경(敬) 수양을 통해 본성을 함양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보셨고, 반면 율곡 선생님은 선악의 근원이 이발 시에 드러난 마음의 의지적 정향(인심or도심)에 있으며 그것이 인심일 경우 그것을 반성하는 성의(誠意) 수양을 통해 인심을 도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보셨기 때문입니다(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답: 퇴계와 율곡 선생을 나누어 생각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은 미발과 이발에서 모두 필요한 공부입니다. 퇴계도 미발일 때는 악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악이 드러나는 것은 이발에서 입니다. 미발에서 이발로 전환하는 부분, 위의 인용문에서 말하는 기미에서부터 선악이 나뉘는 것입니다. │ │ 그런데 기출에 인용된 문장에 따르면 마음의 ‘기미’를 선과 악의 근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기미’는 마음이 대상과 접촉하여 막 일어난 생각이 선과 악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즉 기미는 미발이 아니라 이발 시의 마음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죠. 이렇게 볼 때, 선악의 근본이 미발이 아닌 이발에 있다고 언급한 기출의 문장은 선악의 근원을 미발 시의 마음 상태에 있다고 본 퇴계 선생님보다 이발 시에 드러난 의지적 정향(인심or도심)에 있다고 본 율곡 선생님의 입장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답: 幾微라는 말은 마음이 아주 조금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부터 선악이 나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근본이나 근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같습니다. │ ┼ 어디서 이해가 잘못되었을까요? 추측컨대 잘못되었다면 '기미'에 대한 해석같긴 한데.. 미발이 아닌 이발 시에 나타나는 마음의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 답: 인용문의 번역이 잘못되어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합니다. 또 퇴계처럼 미발한 심에 악의 근원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율곡도 마찬가지 입니다. 퇴율의 선악 분기는 다른 관점에서 더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발전이 있기를 빕니다. 미흡하면 다시 질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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