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현영운 2020/6/8(월) | |
 맹자집주 양혜왕 상 7장 見牛未見羊 날이 벌써 더워지니 여름이 성큼 다가왔나봅니다. 공부가 아직 많이 부족하여, 오랜만에 교수님께 여쭤볼 것이 생겨 글을 남깁니다. 저의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즘 서양의 도덕심리학 특히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동양윤리학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읽고 있는 논문도 그러한 성격입니다. 논문에서 저자는 사단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측은지심과 시비지심은 모두 사단에 포함되는 것으로 묶여 있지만 그 성격은 매우 다르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은 구체적인 감정과 행동을 유발한다. 그러나 시비지심은 이들과 달리 구체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작용은 감정이 아닌 이성이 담당한다. 주희가 이들을 구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측은, 수오, 공경을 통해 유발된 감정들을 추스르고 더 나은 결과를 낳기 위한 추론 작용을 수행하는 것이 시비지심의 역할이다. 감정은 일면적이다. 사태에 즉하여 곧바로 발동된다. 그러나 추론은 종합적이다. 사태의 옳고 그름에 대해 이리저리 따져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주희는 측은, 수오, 공경을 ‘한 측면의 도리(一面底道理)’라 평가하고, 시비지심은 ‘양면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是非則有兩面)’이라 평가한다. 시비지심은 나머지 세 가지 감정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심리적 상태를 드러낸다” 여기에서 주자가 시비지심을 “양면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是非則有兩面)”으로 설명한 부분이 정확히 어떠한 의미인지가 궁금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양면’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 정서작용과 인지추론작용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라 이해했고, 시비지심이 내리는 옳고 그름의 판단은 측은, 수오, 사양의 정서적 반응을 근거로 하기에 시비지심과 나머지 삼단이 하나의 도덕 판단에 있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자는 삼단을 한 축으로, 시비지심을 인지적 작용의 다른 한 축으로 구별하고 있습니다. 양자에 있어 각각 정서작용과 인지작용이 우월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양자가 구별되어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타당한 해석인지요. 또한 논문의 저자는 맹자집주의 ‘견우미견양’ 사례에 있어 “제선왕이 두려움에 떠는 소를 보고 즉각적으로 측은지심이 발동함으로써 소를 구해주라고 명령한 것은 정서적 반응의 결과인 반면, 신하들의 항의성 질문을 접하고 이성을 되찾아 소 대신 양을 희생 제물로 삼으라고 명령한 것은 시비지심이라는 추론능력에 의한 합리적 판단의 결과”이며, 맹자의 사단설은 “상황에 따라 정서적 반응이 우세한 판단을 하거나 추론적 작업이 우세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또한 맹자가 이러한 딜레마 상황의 해법으로 “푸줏간으로부터 멀리할 것을 주문한다. 측은지심이 발동할 여지 자체를 원천봉쇄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측은지심 자체까지 폐하는 지경으로 나아가서는 곤란하다. 이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덕목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흔종이나 육식과 같은 딜레마 상황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맹자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지만 상충하는 성격을 갖는 측은지심과 시비지심을 동시에 인정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저는 ‘견우미견양’의 사례가 모두 측은지심의 발동이며 소를 풀어주라고 명한 것도, 양을 제물로 삼으라 한 것도 모두 시비지심에 의한 판단이므로 ‘견우미견양’이라는 하나의 사건 안에 측은지심과 시비지심의 발동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만약 저자의 주장처럼 소를 풀어준 것이 이성을 잃은 판단이고, 양으로 대체한 것이 이성을 되찾은 것이라면 소를 풀어준 행위 자체는 옳은 판단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맹자는 소를 풀어준 제선왕의 행위를 측은지심의 옳은 발로로 보고 칭찬하는 것 같습니다. 소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든 것이 측은지심의 발로이며, 소가 흔종을 위한 제물로 바쳐진다는 사실을 듣고 소를 풀어주라 판단 내린 것이 시비지심의 발로이며 따라서 맹자는 정서적 반응과 지적 추론작용의 ‘통합’적 관점을 견지했다고 보아야 옳다는 것이 저의 해석입니다. 또한 군주가 푸줏간을 멀리하는 것은 측은지심이 발동할 여지 자체를 원천봉쇄하라는 것이라는 저자의 해석은 마치 측은지심의 발동을 시비지심의 옳은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비지심의 발현에 있어 측은지심은 마땅히 따라야 할 것이며 단지 소체(小體)에 의해 시비지심이 올바로 발현하지 못한 것인지를 시비지심이 분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군자가 푸주간을 멀리하는 이유가 측은지심의 발동 자체를 원천봉쇄한다는 저자의 해석이 합당한 것인지요. 질문이 너무 난잡하고 길어져 죄송합니다. 시간이 되실 적에 간단히라도 가르침 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부디, 건강 잘 살피시고 어서 찾아뵐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영운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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