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 조금 엉뚱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윤교 03) |
 이름: 晴野 2005/5/13(금) | |
 Re..교수님께 조금 엉뚱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차를 타고 내릴 때, 내린 다음에 타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이치/도리이지요. 만일 먼저 내리지 않으면 탈 공간이 없으니까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지요. 그러므로 그런 理에 맞게 내린 다음 타는 것을 우리는 질서니 예의이니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그런 예의/도리를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욕심이 앞서서 무시하는 어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젊은 사람들도 반성할 점이 있습니다. 노인들이 그런 원칙을 잘 모르게 하였다면 적극적으로 알려드리지 않은 잘못을 반성해야 하지요. 또 알면서도 무시하는 경우는 젊은 사람들이 자리 양보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이 평소에 자리 양보를 잘 한다면 그런 일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가지를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유유서는 원칙적으로 젊은 사람이 어른의 욕심을 채워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에 따라 순서를 정하는 것이 자연스런 理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른과 젊은이가 동행하여 함께 길을 갈 때, 어른의 보조에 맞춰야만 사이 좋게 길을 갈 수 있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앞에 가고 젊은이가 따라가는 형식을 취해야 가능합니다. 노인과 젊은이의 힘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배려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속에 사랑과 존경의 뜻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지휘 감독의 책임은 오로지 어른에게 있습니다. 다시 지하철로 돌아갑시다. 어른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질서를 지키지 않는 어른도 배려해야 할까요? 만일 우리 할아버지께서 그러시는 것을 보았다면 어떻게 할까요? 내 뒤에 다른 사람이 없다면 내가 먼저 양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는 크게 갈등하지 않지요. 이것은 바꿔보면 내가 내리지 않아도 탈 공간이 있고, 별로 혼잡하지도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경우는 내린 다음 타는 것만이 理라고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학생이 말한 대로 혼잡하고, 뒤에 내릴 사람이 많이 있고, 먼저 내리지 않으면 탈 공간이 없거나 타기 곤란한 경우는 "내린 다음 타는 것"만이 理이겠지요. 그 理를 무시하거나 어기면 일이 잘 되지 않거나 때로는 사고가 날 수도 있겠지요. 혹 출입문을 반으로 나누어서 타고 내리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서로 좌측통행을 하면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이것도 출입문을 드나드는데 서로 어깨를 부딪히지 않을 정도의 여유가 있을 경우에나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지하철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요. 결국 학생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혼잡하여 먼저 내리지 않으면 타기 곤란한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내린 다음 타는 것만이 理인 상황에서 그 理를 어기는 어른에 대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나의 동정심보다 理가 우선합니다. 그 理를 어기면 일이 되지 않을 뿐더러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경우는 "죄송합니다. 먼저 내리겠습니다." 하고 예의를 갖추면서 먼저 내리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혹 그 분이 그런 理(원칙)를 잘 모를 수도 있으니 친절하게 가르쳐 드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나이를 내세워 질서를 무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것은 사실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나이 든 분들은 먼저 젊은 사람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것이 장유유서입니다. 또 어른과 젊은이가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 장유유서입니다. 인심도심 및 사단칠정을 나누는 기준은 퇴계와 율곡이 서로 다른데, 학생은 지금 혼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노트를 보고 다시 정리하기 바랍니다. 질문중에 │"장유유서를 생각하여 앞의 나이 드신 분을 생각했으나 뒤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은 인심인가요 도심인가요?" 동양철학은 서양철학과 달리 항상 일정하게 적용하는 원칙이 없습니다. 즉 항상 장유유서를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中庸/時中을 중요시합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을 다시 음미해보세요. 理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理도 달라집니다. 질문의 요지는 장유유서를 지켜서 어른을 배려하는 것이 인심인가 도심인가 하는 것입니다. 퇴계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理를 몰랐으므로 인심입니다. 정확하게 理를 보지 못하고 인정에 끌린 점이 있습니다. 역시 理의 發이라고 하기 곤란합니다. 이런 면에서도 칠정이고 惡한 것입니다. 율곡의 입장에서도 역시 인심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한 것같습니다. 문제는 무엇이 理인가 하는 것인데, 역시 理를 잘 모른 것이 문제입니다. 도의인가 욕심인가의 구분은 매우 미세하고 어렵습니다. 눈 앞에 있는 어른만 보고 理를 보지 못하였으니, 개인적인 욕심은 없었지만 역시 理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도의를 위했다고 하기 곤란합니다. 뒷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는 앞의 조건에 종속된 것이므로 그것과 같이 보면 될 것입니다. 다만 피해를 입는 뒷 사람이 있다는 것은 理를 판단할 때의 중요한 변수가 되지요. 답변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흡한 부분이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다시 질문하세요. 그럼 많은 발전이 있기를 빌며...... ================================ ┼ ▨ 교수님께 조금 엉뚱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 윤교 03 ┼ │ 교수님 안녕하세요? │ │ 교수님께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 엉뚱한 생각이 들어 어쭤보려고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 │ 저는 등하교 할 때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데요,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일종의 딜레마에 부딪히게 됩니다. │ │ 그 딜레마라는 것이 참으로 우습기고 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되어 그냥 넘기려고 하였으나 │ │ 그냥 넘기기에는 뭔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어 실례를 무릅스고 여쭤보려 합니다. │ │ 저의 딜레마라는 것이 무엇이냐하면 지하철에 승차하여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대부분 그 지하철의 문 앞에 서 있기 마련입니다. │ │ 이런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는 내리는 사람이 먼저 나가고 타려는 사람이 나중에 타는 것이 일종의 예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 │ 그런데 저의 문제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할 때 발생합니다. │ │ 지하철 문이 열려서 내리려고 할 때 가끔 나이 드신 분이 앞에 서 계신 경우가 계신데 │ │ 그런 분은 거의 저보다 먼저 지하철에 승차하시려고 문 쪽으로 다가 오십니다. │ │ 그래서 먼저 들어오시는 분을 피해 잠깐 멈추어 그 분을 먼저 승차하게 하면 │ │ 뒤에 서 있는 사람과 부딪히거나 아니면 뒤에 서 있는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 │ 지하철의 승강장에 들어오려고 하시는 분을 장유유서를 생각하여 먼저 배려해 드리면 │ │ 제 뒤에 서서 내리려고 하는 분에게 피해가 가는 사회적 규칙을 깨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 │ │ 수업시간에 배운 바로는 사람의 마음은 인심과 도심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 │ 인심은 기에서 발하는 것이고 도심은 이에서 발하는 것이며 │ │ 인심이라는 것은 악한 기운이 있고 도심은 선함 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요 │ │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듯이 사과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은 기에서 발한 인심이고 │ │ 저것을 먹어도 되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이에서 발한 도심이라고 하면. │ │ 장유유서를 생각하여 앞의 나이 드신 분을 생각했으나 뒤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은 인심인가요 도심인가요? │ │ 반면 사회적 규칙에 의해 나이드신 분을 제치고 제가 먼저 나가서 뒤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은 인심인가요 도심인가요? │ │ │ 그리고 제가 가장 궁극적으로 드리고 싶은 질문은 과연 이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 │ 앞에 서 계신 분을 위해 뒤 사람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비켜야할까요, │ │ 아니면 뒤에 있는 사람을 위해 앞에서 들어오려고 하시는 분에게 피해을 드려야할까요? │ │ │ │ 너무 엉뚱한 내용이라서 교수님께 여쭤보기에 정말 민망스럽지만 저 혼자서는 해결하기에 조금은 벅차서 질문 드립니다. │ ┼ 그럼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수업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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