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문선영 2008/4/30(수) | |
 교수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고 계시죠? 몸 건강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나중에 꼭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 ^ㅡ^ 윤리 기출문제와 그 해설에 대해 몇 가지 질문드릴게요 교수님. 질문 1) 사단과 사덕 사단과 사덕의 관계에 대해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단을 확충하면 인의예지의 사덕이 된다.’, ‘측은지심은 인의 시초이며, 수오지심은 의의 시초이며, 사양지심은 예의 시초이며, 시비지심은 지의 시초이다.’라고 이해했는데요. 다른 전공 서적을 보더라도 사단에서 사덕이 우러나오는 측면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사덕이 드러난 것이 사단이다.’, ‘인의 단서는 측은지심, 의의 단서는 수오지심, 예의 단서는 사양지심, 지의 단서는 시비지심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사단의 ‘단’을 인의예지의 사덕이 마음속에 있음을 확인해주는 겉으로 드러난 단서라고 이해한 것 같아요. 또한 이투스 누드교과서에서는 ‘사람의 본성인 인의예지에서 우러나오는 측은, 수오, 사양, 시비의 네 가지 마음씨.’라고 사단을 설명하고 있어요. 사단과 사덕의 관계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맞는지요? 그리고 이러한 오해를 분명히 잡기 위해서는 사단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단서라기보다는 마음의 실마리, 뿌리라고 해석하여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측면을 부각해주는게 좋을까요? 질문 2) 공자의 대동사회 윤리와 사상 I-4단원에는 이상사회의 모습으로 공자의 대동사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풀이에서는 대동사회에서 집집마다 문을 열어두고 도둑을 걱정할 일이 없는 이유를 재화의 공평한 분배라고 하는데요. 대동사회가 재화를 평등하게 분배되는 면을 너무 지나치게 해석한 것 같습니다. 대동사회에서 문을 열어도 도둑 걱정을 하지 않는 것도, 길에 재물이 떨어져도 줍지 않는 것도 재화의 평등한 분배 때문이기 보다는 인의 정신이 발휘되고 올바른 도덕이 확립된 결과라고 보는 게 더 옳다고 생각되는데요. 맞는 생각인지 잘 모르겠어요. 질문 3) ‘천하에 도가 있다.’ 전통윤리 II-1단원에는 유학의 하늘관에 대한 내용이 많고, 이와 관련한 기출문제도 많더라고요.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의거하며, 인에 의지하고 예에 노닌다.’,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 한다.’, ‘성실은 하늘의 도이고 성실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도이다.’ 등요. ‘천하에 도가 있으면 천하를 변화시키려 나서지 않을 것이다.’라는 지문 또한 등장하는데요. 이를 국가의 정치가 최상의 상태에 이른 조화로운 상태라고 해석하는 것이 충분할까 해서요. 원문을 풀어서 생각하는 것과 관련하여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아마 제가 원문들을 많이 안 읽어보고 공부를 부족하게 해서겠죠? (동양윤리 부분에서 원문을 그대로 풀어주는 거에 그치는 해설을 있기도 하더라고요.) ‘천하에 도가 있다.’는 표현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의 정신이 실현되고, 도덕적인 상태이고, 천하의 도가 있는 상태가 즉 대동사회일텐데. 분명하게 해설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가봐요. 질문 4) 순자와 한비자 순자와 한비자는 많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객관식 문제에서 ‘외면적인 규범에 의거하여 정치를 해야 한다.’라는 보기가 앞뒤 설명없이 딱 나오게 되면 순자와 한비자 모두 해당될 것 같아요. 순자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다스리기 위해 외면적인 규범인 ‘예’를 통해 정치할 것을 강조했고, 순자의 영향을 받고 인간을 더 불신한 한비자는 형법에 의해 통치한다고 했으니까요. 교수님께서 작년에 설명해주신대로 순자의 예는 서양의 사회계약설과 비슷하게 자발적인 측면(?)이 있고 처벌을 강조하지 않지만, 한비자의 형법은 무척 강제적이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이 따르게 되는 차이점이 있잖아요. 그런데 고등학교 수준에서 순자와 한비자의 외면적 규범을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해야 할지, 또는 같다고 봐도 충분할지 고민됩니다. 질문 5) 순자의 성악설 이 부분에서도 의견이 엇갈려서요.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하는데요. 이때 성품을 악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요? 몇몇 분들은 성품이 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 또한 오해인 것 같아요. 화성기위와 관련해서도, 악한 성품을 선한 척 꾸밀 수는 있다고 하잖아요. 성악설에서 본성이 악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문제가 있고, 악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아요. 질문 6) 양명학의 심즉리설 문제 보기에 ‘효라는 가치적 원리는 어버이에게 있지 않고 내 마음에 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원리가 내 마음에 있음을 강조하니 분명하게 설명하자면 양명학의 심즉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를 지행합일의 측면에서 보는 입장도 있어서요. 물론 심즉리, 치양지, 지행합일이 같은 맥락이고 엮여들어가기도 하지만, 저 보기는 심즉리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질문 7) 인욕 인욕을 겸선악으로 보는 측면이 있어서요. 성리학에서 도심과 인심을 구분하고, 또 함께 천리와 인욕을 거론한다면, 이때의 인욕은 무조건 악한 것이 맞지 않나요? ‘인욕은 인심의 말류로서 조절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는 주장이 있어서요. 천리와 대비되는 인욕은 천리에 어긋난 나쁜 욕심으로 100% 악인 것 같은데. 선과 악이 겸해있어 선한 쪽으로 이끌어야 할 조절의 대상이 보는 입장이 잘못된 게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질문 8) 맹자의 불인인지심 맹자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인 불인인지심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차마 하지 못하다’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당연하게 생각했었나봐요. 제가 생각한 ‘차마 하지 못하다’는 의미는 소당연의 측면(?)에서 그러한 양심이 당연히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분인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어떤 사람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열심히 유능하게’라고 설명을 해요. 이런 의미에서 접근하는 방식도 있는지 해서 여쭤봅니다. 질문 9) 기(氣) 교과서와 해설들을 보면서 제 스스로 혼자 고민했던 부분인데요. 기(氣)를 대부분 기운이라고 풀이를 하더라고요. 기운이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이(理)에 더 가까운 개념 같은데 말이죠. 교수님께서도 수업시간에 기(氣)는 고체, 액체, 기체의 측면으로 구분했을 때 고체의 기, 눈에 보이는 그릇, 질료 등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교과서에서 기운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어떤 방식일까요? 혹은 오류를 범하는 걸까요? 기(氣)를 기운이라고 많이 설명을 하고 있더라고요. 질문이 너무 길었죠, 교수님. 문제집 작업하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일단 제 스스로가 많이 모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그와 관련해서 많이 궁금한 점이 생겼고, 또 교수님 답변을 통해 많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풀이를 해야 고등학교 수준에 맞을까 고민도 하고, 이러이러하게 설명을 하고 싶은데 보증(?)된 교과서의 내용에 한계가 있고 오류가 있을 때 그걸 뛰어넘지 못하며 포기하고 넘어간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현직 선생님들과 전공자와의 입장 충돌이 있을 때, 꾸준히 공부해서 나중에 오류 없이 내용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 달 정도 이 작업을 하면서 처음에는 많이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제 부족한 점을 느끼고 더 공부해야 겠다는 의지를 더 갖게 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없이 부족해 궁금한 게 생기고 알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이렇게 교수님께 질문할 수 있어서. 이 기회를 열어주시고 마련해주시고 항상 받아주시는 교수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나중에 꼭 인사드리러 갈게요.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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