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있습니다.(교사) |
 이름: 晴野 2008/5/6(화) | |
 Re..질문이있습니다. 도가와 유교는 본래 입장이 서로 다릅니다. 유교는 모든 사물이나 일에는 하나의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부모를 사랑하는 孝, 도둑을 미워하는 義 같은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보고, 모든 사람은 이렇게 부모에게는 효도하고 도둑은 미워해야 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 사물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모습이나 기능 등이 있다고 봅니다. 연필은 잘 써져야 하고, 자동차는 잘 달릴 수 있어야 하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사물들은 이처럼 모두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고, 또 실현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자신이 가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지 않으려 할 때, 그것을 해야한다고 의무를 지웁니다. 이것이 유교에서 말하는 道이고, 성리학에서 말하는 理입니다. 한편 도가는 그런 보편적 가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보편적 가치 자체를 설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습니다. 효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고, 도둑을 미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봅니다. 잘 써지는 연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잘 달리는 자동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나온 비유가 장자의 학다리, 오리다리 입니다. 이 비유는 유가가 긴 다리에 보편적 가치를 두거나, 짧은 다리에 보편적 가치를 두려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입니다. 즉 유가가 누구나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실현해야 한다고 보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입니다. 어찌 공자가 학의 다리를 잘라서 오리다리를 이을려고 하겠습니까? 이것은 공자가 사람은 누구나 仁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남을 잘 사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남을 사랑하지 않기도 하여 천차만별한데, 공자가 사람은 누구나 仁을 잘 실현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오리다리를 이어야 한다고 하는 것처럼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교와 도가의 세계관이고 인간관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서로 다르니 서로 비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유행이나 편견은 어떻게 생기는가를 보면, 대체로 도가의 입장에서 발생하기보다는 유가의 입장에서 생기는 것이지요. 도가는 애당초 그런 가치설정을 하지 않으니 유행이나 편견을 가질 이유가 적습니다. 그러나 유가는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치를 설정하고는 서로 그것을 추종하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유가가 그런 것을 바람직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유가는 단지 인의예지 등 본질적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지 부수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편견은 본래 잘못된 것이므로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유행이나 편견이 생긴 것은 거의 100% 유가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유가의 영향력이 줄어든 오늘날에도 유행이나 편견은 있으니, 그것은 본질적으로 보편적이든 제한적이든 가치를 설정하려는 입장을 가진 경우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편 선생님께서 학다리와 오리다리 이야기를 하면서 유행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하였다면, 장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왜곡한 셈이 되고, 유가의 정면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뒷다리를 잡은 셈이 됩니다. 즉 그런 정도의 비판은 장자철학을 인용할 것도 없이 같은 유가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유행이나 편견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유행이나 편견의 잘못을 서양철학의 입장에서 비판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우리 도덕 윤리 교과서가 이런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본질을 흐려 놓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어려운 것같습니다. 유행은 공자가 인의예지 등 인성의 본질적인 문제를 주로 말한 것을 형식적인 美 등에 확대 적용하는 데서 생긴 문제입니다. 즉 공자는 모든 사람은 착해야 한다고 하였을 뿐인데, 그것을 얼굴 생김새, 키, 옷차림 등에 확대 적용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편견은 사실을 왜곡하여 사실판단을 그르친 데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인지능력의 문제일 경우도 있고, 욕심 때문에 고의로 왜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책을 제가 많이 알고 있지 못합니다. 다만 [맹자] 고자장구 상 7장(告子章句上-7)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혹 미흡하면 다시 글을 올리셔도 좋고, 토론이 필요하면 [강의시간표]란에 소개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주셔도 좋습니다. 항상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되시기를 빕니다. ================================ ┼ ▨ 질문이있습니다. - 교사 ┼ │ 안녕하세요 │ 중학교 교사 입니다. │ 학생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 │ "선생님이 도교는 유교를 비판했다고 했습니다. │ 그리고 또 도교를 말하면서 학다리와 오리다리를 얘기했습니다. │ 그러면서 유행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 그러면 유행을 따르는것과 편견을 갖는 것은 유교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요? │ 얼마나 영향받앗나요?" │ │ 도교와 유교를 아예 반대로만 여기는 것 같아서 다시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데. │ 일단 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유교문헌이 있는지요. │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 자세한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 ┼ ┼  교사: 감사합니다 교수님. 정말 기대없이 올린 질문이었는데 저의 궁금증을 확 뚫어주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다보니, 또 교과서에서 차별과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말을 설명하다보니 억지스럽게 가르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공부해서 쉽게 가르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자주 들러 교수님의 조언 얻도록 하겠습니다. -[05/21-2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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