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아일체 (홍정곤)

이름: 晴野 2008/8/31(일)

Re..물아일체  우선 답변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율곡선생이 좋아하여 써놓았다는 구절이 이상하여 찾아보고 생각하느라고 시간이 걸렸습니다. '性同鱗羽 愛止山壑' 의 출전은 아래와 같습니다. 남제(南齊 479~502)의 예장왕(豫章王)이 당시의 이름높은 은사(隱士)인 종측[宗測, 자(字)는 경미(敬微)]을 참군(參軍)벼슬에 임명하고자 부르니 그는 다음과 같은 거절하는 편지를 보냈다.  나[宗測]의 성질(성향, 취향)은 물고기나 새와 같아서, 산이나 개울물만을 좋아할 뿐이요, 소나무와 대나무를 따라가며 즐기다가 길을 잃기가 일쑤이며, 바위와 시냇물 사이에서 마음대로 질탕하게 노는 것이 꼭 미친 것 같습니다. 문득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늙음이 이르러 이제는 귀밑머리가 어느새 희어졌습니다. 이에 어찌 그동안 공허한 것만 일삼았는데 유용한 것을 책임지며, 물속에 갇혀서 새를 부러워하는 짓을 하려하겠습니까? [豫章王復遣書 請之辟為參軍 測答曰 性同鱗羽 愛止山壑 眷戀松筠 輕迷人路 縱宕巖流 有若狂者 忽不知老至 而今鬢已白 豈容課虚責有 限魚慕鳥哉(南齊書 卷54, 列傳第35)] 이 종측이라는 사람은 남제시대의 은둔자입니다. 그를 임금이 벼슬을 시키려고 하였을 때 답한 말이 참 멋집니다. 산속에 가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으면 한번 읊조리고 싶을 정도롤 멋진 표현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였던 것 같습니다. '나는 성질이 새 같아서 산을 좋아하고, 나는 물고기 같아서 개울물을 좋아한다.' '나는 새인가봐, 나는 물고기인가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산뿐이고, 개울물뿐이야.' 그칠 止자 한 글자에 벼슬을 거절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산이나 물만 좋아하지 벼슬같은 다른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의 사랑은 산과 물에서 그친다는 것입니다. 그칠 止자를 살 居자처럼 해석하면 詩的인 표현이 죽습니다.(산골짜기에 머물기를 좋아한다) 율곡선생이 만일 이 말을 좋아하여 바위에 새겨 놓았다면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한번 읊조려 본 것 뿐일 것입니다. 결코 그의 사상을 담은 말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 말은 이미 종측이라는 사람이 지적소유권을 가진 말입니다. 율곡이 인용하였다고 하여 율곡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교과서에서처럼 해석하면, 이미 그 말을 한 종측의 사상도 은둔자가 아니라 율곡과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더구나 이 글씨를 율곡이 썼다는 확증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 소문에 입각하여 율곡의 철학을 논하는 것은 율곡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어 고민에 빠져 봅니다. 여기에 근거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물아일체는 그와 관계 없이 말할 수 있겠지요. 유학에서도 물아일체라는 말은 쓸 수 있습니다. 만물과 내가 한 몸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성을 모두 하늘로부터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물아일체라고 말하기 곤란합니다. 이는 같은 부모를 둔 형제가 일체라고 하는 것과 같아서 다소 비약이 있습니다. 성을 가지고 말할 때는 만물이 모두 동일한 仁한 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 성을 임무로 보아도 仁한 임무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것이 인물성동이론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일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甲이란 책상과 乙이라는 책상은 동일한 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체는 아닙니다. 이는 태극과 리일분수를 생각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성이 같을 때 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이 다를 때 일체가 되지요. 손과 발이 모여서 일체가 되듯이..... 그런데 교과서를 보다 보니 옆칸에 작은 글씨로 써놓은 것은 성리학에서 말하는 물아일체가 아니네요. 이것은 노장쪽에서 하는 말입니다. 홍정곤학생이 말한 물아일체가 그런 의미라면 유학에서는 물아일체가 없습니다. 우리 교과서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리학에서 말하는 물아일체는 실제로 우주가 한 덩어리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氣로 되어 있고, 그 氣끼리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구분이 가능하고 구분이 되면서도 하나로 합쳐져 있고..... 손과 발이 동일한 기로 이루어져 있고, 손이다 발이다 하여 구분이 되면서도 하나로 합쳐져서 한 몸이 됩니다. 이것이 일체입니다. 머리속 상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체인 것입니다. 그러나 왼 손이 아플 때 오른 손이 아프지 않을 때도 있고, 서로 아픔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나만을 위하는 생각이 없을 때, 서로 아픔을 느낍니다. 물아일체는 이기심을 버릴 때 드러납니다. 그래서 극기복례해야 합니다. 유학이나 성리학에서 말하는 사랑은 반드시 동류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물에대한 사랑이 동류의식에 기초했다는 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이것은 주렴계의 西銘에서 말한 내용입니다. 동류일 때 사랑이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류가 아니라고 하여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 형제를 사랑하지만 남도 사람하고, 사람을 사랑하지만 돌도 사랑하고..... 친친인민애물을 동류의식의 확장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동류를 한정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말하더라도 막히지 않아야 하는 것이 성리학이고, 그것이 체용론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물아일체는 여러 측면에서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것을 강조하면 다른 논의를 하는데 막힐 수 있습니다. 성리학에서는 그 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보다 먼저 사리사욕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효를 하는데 있어서도 자기를 먼저 생각하면 하지 못하는 것이고, 형제 同氣간의 우애도 자기를 버려야 사랑이 가능하고 일체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물아일체를 아무리 외쳐도 극기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극기를 하고 나면 온 인류가 다 동포입니다. 그러나 나를 내세우면 부모나 처자식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정도로 답하겠습니다. 미흡하면 다시 글을 올리세요. 힘내세요....아자!!! 아자!!! ================================ ┼ ▨ 물아일체  - 홍정곤 ┼ │ 교수님, 전통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예요. │ 71쪽에 보면 │ < 이이가 좋아 하여 바위에 새겨 놓았던 구절에는 '性同鱗羽 愛止山壑' 이라는 말이 있다. -생략- 나와 사물이 같은 성품을 하늘로 부터 부여받은 존재라는 의식에 따라, 나는 만물을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다는 자연에 대한 동류 의식에 기초한 사랑을 강조한 것이다. │  이황은 -생략- "한가한 뜰의 미세한 풀도 낳는 천지가 일어나며, 그 속에 우주의 진리가 갖추어 있음을 눈으로 보니, 그 생각조차 향기롭다"고 하였다. 이처럼 작은 풀 한포기에서도 우주의 진리가 드러나고 있음을 통찰하였던 것이니, 이것이 바로 만물과 내가 하나를 이룬다는 물아일체설이다.> │ │ 1. 처음에 의아했던 것 한가지는, 물아일체라는 말을 유교 사상에서 쓸수 있는지 입니다. │  性을 하늘로 부터 받은 점에서는 物과 사람이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性이라는 것이 임무라고 보면 모두 각기 임무가 있으니까 물아일체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性은 도덕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천인합일 에서도 알수 있듯이 하늘의 도덕성을 인간이 받고 그래서 인간의 성은 선하며, 도덕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늘로 부터 성을 물려 받았다는 공통점으로 물아일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아일체라는 것은  물과 내가 구별의식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생각할 때 이황과 이이가 말한 측면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 │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성의 의미이거나 물아일체의 뜻일텐데요. 둘중 어느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 2. 물에대한 사랑이 동류의식에 기초했다는 교과서의 말입니다. 불교라면 타당하겠지만 유교에서는 타당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친친인민애물의 점진적 사랑이 유교 인의 실천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 * 컴퓨터 쓰는 시간이 한정 되어있어 바쁘게 질문해서 잘 전달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교수님, 평안 하시지요? 방학동안 많이 건강해 지셔서, 곧 개학에 뵐때는 건강한 모습 뵙길 소망합니다.^^ │ 늘 감사합니다. │ ┼ * 집에와서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이황 산수시(山水詩)의 양상과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논리' 이런 논문도 나오고, 이황이 문학적인 면에서 물아일체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글들이 나오는데요. 물아일체와 성리학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

이름   메일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