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이렇게 누추한 집을 찾아 주시니 반갑습니다. 그러나 분에 넘치는 질문을 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는 대로만 답변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화서에 대해서는 학창시절 조금 본 뒤로는 철학적인 내용을 보지 않아서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아래에 항목별로 답을 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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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소,당체,본연지성에 관해 질문드립니다. - 김봉곤 ┼
│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중철학회에서 성리대전을 공부하고 있는 김봉곤입니다. 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노사학파 성립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노사 기정진의 제자인 정의림의 일신재집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이 역사학이기 때문에 모르는 용어가 많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이미 화서학파에 관해 석사논문을 쓰셨기 때문에 제가 모르고 있는 부분에 이미 많이 생각해 보시고, 또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 질문을 드립니다. 답변해 주시면 백골난망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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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는 能 所 및 者底의 개념입니다. 글을 읽다보니 朱子曰 能覺者氣之靈 所覺者心之理 又曰 主宰者心 主宰底性 亦非此意耶 此於心性界至 截得分明 願加三思如何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능각자를 능히 깨달을 수 있는 것(주체), 소각자를 깨닫는 것(내용, 대상)으로, 주재자를 주재하는 것(주체), 주재저를 주재되는 것(내용, 객체)으로 번역할 수 있는지요? 이 외에도 능소에 관해서 始知能覺者是靈 而所覺底是性 能主宰者是靈 而所主宰底性 能妙用者是靈 而所妙用底是性 能者爲役 而所者爲帥라는 구절을 '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영이며 깨달아 지는 것은 성이며, 주재할 수 있는 것은 령이며 주재되어지는 것은 성이며, 묘용할 수 있는 것은 령이며 묘용되어지는 것은 성이니 능이란 것은 부리는 종이고 소라는 것은 시키는 장수인 것을 알았다.' 라고 번역할 수 있는지요? 그런데 이 귀절에서 능을 할 수 있는 것, 소를 되어지는 것처럼 번역하면 능이 종이고, 소가 장수라는 부분과 모순되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앞이나 뒷 구절 모두 所를 所以의 뜻으로 번역하면 어떨까요? 만일 이렇게 한다면 깨닫는 소이가 심의 리이고, 깨닫고 주재하고 묘용하는 소이가 모두 성으로 되는데 과연 소를 소이로 번역할 수 있는지요? 그런데 주자글에서 소발자는 기이고 소이발자는 리라고 구분하는 부분이 있어서 소를 소이로 번역하는데 무리가 따르는데 어떻게 번역해야 할 지 궁금합니다.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주자학에서 能-所의 能은 氣로, 所는 理로 봅니다. 능은 운동/조작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소는 그 운동/조작하는 자를 타고 있는(속에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이 관계를 대개 말과 사람으로 비유합니다. 즉 능은 말이고, 소는 그 말을 타고 있는 사람입니다. [주자대전] 48권21판 答呂子約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능-소를 주체-대상으로 보신 것은 괜찮은데, 그 때의 소는 바깥에 있는 외부 대상/내용이 아니라, 주체 자신의 내용이며, 그것을 대상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능각자와 소각자를 구분하여 번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깨달을 수 있는 것, 그 깨달은 것"으로 구분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주재저를 주재되는 것'으로 번역하는 것은 리가 피동형이 되어 곤란합니다. 여기서 능소나 者底로 나누는 것은 주객을 나누려는 것입니다. 즉 리가 주인이니다. 그러므로 리를 주체적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주재자는 '주재하는 자'로 주재저는 '그 주재 (자체)는'으로 나누면 어떨지요? (又曰 이하가 주자의 글이 맞는지요?) 그 아래의 인용 원문의 번역은 여기에 준하면 될 것같습니다.

'能者爲役 而所者爲帥'는 "여기서의 할 수 있는(能) 자는 역졸이고, 여기서의 그 것(주체)은 장수이다."로 하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여기서의 능과 소는 앞에 있는 능과 소를 지칭하고 있는 것이지 직접 능과 소가 독립적으로 쓰인 것으로 보는 것은 의미 해석상 좋지 않은 것같습니다. 어쨌든 소를 소이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단 주의할 것은 역졸과 장수로 나누면 두 사람이 되는 데, 여기서의 비유는 두사람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관계가 서로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해서 직접 움직여 일하는 자의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서 말한 것같습니다. 그런에 우리 선유 중에 이 所를 주인/내용의 의미와 일을 시키는 所以然者를 겸하는 것으로 하려는 경우가 있는 것같습니다. 여기서 인용한 이 분도 혹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더 두루 보시기 바랍니다.  또 始知能覺者是靈에서  始知는 '처음 알고'처럼 앞에서 처리하는 것은 어떨지요? 앞뒤 다른 문맥이 없이 여기 이용한 것만 가지고 보면 그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주자의 글은 "직접 발하는 것은 기이고, 그 발하게 하는 것은 리이다."라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문맥에 따라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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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는 當體에 관해서입니다. 당체가 현상을 가르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컨대 '弟前書所云源頭當體 非有判然地頭 卽此當體而求其本然 則這便是源頭也 를 '제가 지난 번 편지에서 말한 원두와 당체가 완전히 두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은 이 당체에 나아가 그 본연을 구하면 이것이 곧 원두입니다'라고 번역되는데, 이 때 원두와 당체를 본질과 현상으로 이해해도 되는지요. 책을 읽다 보면 심을 본체와 당체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답변: 당체는 눈앞에 당면하고 있는 것이나 모습을 주로 말하고, 본체는 그 근원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같습니다. 당체는 현상으로 본체는 본질로 보는 것은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만, 적합하지 않은 면도 있는 것같습니다. 당체를 기로 본체를 리로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그냥 현상과 본체로 해석해 버리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또 본체를 리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신령한 기로 볼 때도 있으니 이것도 잘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같습니다. 결국 당체는 눈앞에 당면해 있는 그대로/ 정제하지 않고 거친 모습 그대로를 가리키는 것 같고, 본체는 그 당체 裏面이나 根源에서 그 당체를 당체이게 해주는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원두는 본체와 비슷한 뜻으로 사용한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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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질문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화서학파에 관해 글을 쓰셨기 때문에 질문드리는 것입니다만, 남당이 인기질에서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본연지성의 차이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화서는 남당의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노사 기정진의 경우는 리일분수를 말하면서 분수에서는 사람과 동물이 본연지성이 다르다고 하는 것 같은데, 화서는 어떠한지 모르겠네요?

답변: 화서의 인물성론에 대해서는 석사학위 논문을 쓸 당시 미처 검토하지 못하였고, 그 뒤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공부하시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미흡하나마 이 정도로 답변을 올리고 마칩니다. 혹 토론의 자료라도 되면 다행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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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 가르치시느라 바쁘실 텐데 다소 복잡한 질문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조석으로 날씨 변화가 심하니, 항상 몸조리 잘하시고 더욱 후학들을 위해 많은 가르침 바랍니다 . 안녕히 계십시오. 07년 3월 21일 김봉곤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