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윤리 부분에서 몇 가지 질문이 있어요~(문선영) |
이름: 晴野 2008/8/21(목) | |
Re..한국 윤리 부분에서 몇 가지 질문이 있어요~ ================================ ┼ ▨ 한국 윤리 부분에서 몇 가지 질문이 있어요~ - 문선영 ┼ │ 교수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고 계시죠? 저는 5월 중순부터 시간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업 준비 하면서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저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아이들에게 평범한, 아니 부족한 수업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더 늦기 전에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쭤보고 배우고자 합니다. │ │ 1. 수업은 이론과 개념 이해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요. 동양이론이 막 추상적인게 아니라 서양철학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현실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수업 시간에 현실에 적용한 사례를 들어주면서 알려주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딱딱한 이론적인 수업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이황과 이이의 사단칠정론 부분에서 사례가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는데요. 배웠던 대로 이황은 공부하는 일과 먹는 일로 구분하고 그 존비 여부를 구분할 수 있겠는데요, 이이의 경우는 딱히 어떤 예를 들어줘야 할지. 기발이승일도설의 현상을 짚어주는 것이 이황만큼 분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공부하는 일도, 먹는 일도 몸으로 하는 일으로 칠정이며, 이 중에 착한, 즉 도리에 맞는 일이 사단이라는 정도로 설명하면 충분할까요? (교수님 수업시간에는 이기발에 대해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이 둘의 차이가 분명히 났던 것 같은데 다 잊었나봐요 ㅠㅠㅠ) 답변: 율곡의 기발이승일도설은 리기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운동성/작용성을 가진 것은 기이지 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발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운동하는 것은 기일 뿐이고 리는 그에 관한 기준이라는 것이 율곡의 리기설입니다. 그 때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기 대신에 육체나 사물을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육체가 운동을 하는 것이고 리는 그 표준이라는 식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것은 육체나 사물을 지칭할 때, 본래는 거기에 리가 포함되어 있는 점이 있어서 분리하여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하지요. 율곡에 있어서는 사단과 칠정으로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모두 情, 즉 칠정일 뿐이지요. 그 중에서 선한 것을 특별히 구분해서 말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사단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이는 퇴계와 달리 결과를 가지고 선악을 나누어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율곡의 경우는 먹는 일과 공부하는 일을 나눌 필요가 없지만 굳이 나눈다면 먹는 일은 공부하는 일에 포함시켜 말하면 됩니다. 그것이 동기를 나누지 않는 율곡의 입장에 부합합니다. │ │ │ 2. 기대승과 이이에 대한 질문인데요. 수업 준비를 하면서 책을 읽어보니 사단은 이발이고 칠정은 기발이라는 이황의 첫 주장에 대해 기대승이 크게 3가지로 반박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내용이 모두 이이와 일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기대승과 이이의 의견이 같은데, 기대승은 이이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며 이황과 이이의 논쟁에 집중이 되는지 궁금해졌어요. 기대승과 이이의 의견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기대승이 이황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어느 정도 수용하고 논쟁을 일찍 그쳐서인가요? 답변: 이 문제는 답하기 참 곤란합니다. 학술적으로 고봉이 기여한 바가 지대한데, 그 후의 비중은 고봉이 율곡을 당하지 못합니다. 학술적인 것만 가지고 말한다면 고봉의 철학이 충분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범위나 체계성에 있어서 다소 율곡보다 부족한 점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를 양성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서 쉽게 답하기는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 │ │ 3. 정약용에 대한 질문입니다. 정약용의 단시설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요. 정약용은 사단을 시초, 처음으로 이해하고 사단에서 사덕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이 때 사단은 영지의 기호에 있는 건가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성은 없으며 후천적으로 덕목이 형성된다고 주장하면서,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영지의 기호를 갖고 있다는 점과 사단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정약용이 설명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다산의 경우 '사단에서 사덕이 나온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영지의 기호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선을 좋아합니다. 그것을 나누어 말하면 네가지로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선행을 네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을 거듭하여 몸에 배도도록 익숙해지면 그것을 덕이라 하고, 역시 네가지 덕이 있으니, 인의예지라는 것입니다. 다산의 경우 선천적인 본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의예지 등 넷으로 나눌 수 없고, 단지 선을 좋아하는 본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본성이 주자처럼 인하다고 할 때는 운동의 방향이 사랑으로 결정되어 나타나지만, 다산처럼 선하다고 하면 운동의 방향이 선한 것이라는 것은 결정이 되지만 무엇이 선한지를 다시 결정해야 합니다. 즉 우리의 본성이 주자는 바로 사랑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보지만, 다산은 그 방향이 미리 결정되지 않지요. 무엇이 선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그 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주자도 격물치지 등을 통해 무엇이 바르게 사랑하는 것인지를 따져야 하지만 다산은 그 보다 한 박자 더 늦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떻게 다를 지, 그 과정을 한 번 곰곰해 생각해 보세요. │ │ │ 4. 또한 정약용은 성즉리의 명제를 부정하면서 ‘리’라는 개념을 비판한다고 하는데요. 우주는 이기로 구성되고, 이이도 ‘리’를 부정하지 못했는데 ‘리’의 개념을 무슨 근거로 다 버리며 어떻게 버릴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성리학은 리를 중심으로 심, 성, 천의 본질과 작용을 설명하는 최고 범주의 개념으로 생각하는데, 다산은 이를 동어반복으로서 논리적 모순이 된다고 보았다.”라는 설명이 있는데요. 저는 리를 심, 성, 천을 설명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모순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교수님께서 전에 다른 학생의 질문에 답변해주신대로 그저 단순히 심으로 하여금 선을 따르도록 하는 주체를 리에서 천으로 두고자 이렇게 설명한건지. 만약 그렇다면 너무 종교적인 이론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궁금합니다. 알려주세요 교수님 ^ㅡ^ 답변: 글쎄요. 다산의 리, 심, 성, 천이 동어반복일 수 없습니다. 각각 분명하게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동양 철학의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생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산의 저술에 보면 그런 개념들이 무수히 반복해서 나오는데 무슨 근거로 동어반복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좀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겠지요. 자세한 것은 나도 더 연구를 해봐야 하겠지만, 다산이 리를 다른 성리학자들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거기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성리학자들은 성즉리에 근거하여 리를 말하는데, 다산은 그렇게 하지 않고 별도로 리를 설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리에 대한 정의가 성리학자들과 다르게 되지요. 이는 하나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성, 심, 천 등 여러 개념이 모두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나만 예를 든다면 성즉리를 인정하고, 그 성이 인하다고 하면, 리는 사랑하는 길이 됩니다. 그러나 성즉리를 부정하고, 性嗜好를 말하면 좋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 할 수 없게 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선을 좋아해야 하는데 무엇이 선이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선을 결정해야 하지요. 즉 리를 결정해야 하지요.(다산에서도 선이 도리가 됩니다.) 철학은 체계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어느 한 귀퉁이만 가지고 말하면 잘못을 범하기 쉽습니다.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답하겠습니다.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 이 정도로 줄입니다. 어느 정도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하면 다시 글을 올리기 바랍니다. │ │ 큰 가르침을 베풀어주시고 학교에 있을때나 졸업해서나 늘 윤촌인을 아껴주시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날씨가 많이 쌀쌀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교수님 :) │ │ 문선영: 공부를 할 때 개념중심으로 명확하게(?) 알려고 하다보니 전체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교수님 설명을 들으면서 이황과 이이의 사단칠정론과 정약용의 철학의 전반적인 내용과 특징을 알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공부를 할 때 더 넓게 보고 더 고민을 하겠습니다. :) -[08/22-10:52]- 문선영: 그리고, 성기호설의 다산 철학에서 사단에서 사덕이 나온다는 것은 옳지 않음을 이해하고 나니 '단시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약간 갸우뚱해집니다. 더 공부하고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 -[08/22-10:53]- 晴野: '나온다' 것은 대개 체용론에 입각하여 말할 때 쓰는 것이니, 즉 뿌리에서 줄기가 나오고 가지와 잎새가 나올 때, 나온다고 합니다. 맹자의 사단설이 그런 뜻입니다. 그러나 다산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니, '성의 기호에 따라 사단을 반복하면 사덕이 된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즉 사단을 뿌리로 하여 사덕이 가지나 잎새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단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드러나서 축적되면 사덕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한두번의 사단이 있었다 하여 사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시작일 뿐이고, 단초를 제공할 뿐입니다. 어떻게 다른지 잘 생각해 보세요. -[08/22-14:35]- 문선영: 단서설과 단시설을 한 관점에서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님을 알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 -[08/26-12: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