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논 합배미치던 일', '모쟁이'
국립국어원의 어문 규정에 의문을 가질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 또한 그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먹거리'가 잘못된 말이라 하여 인정되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인즉 '동사의 어간(먹) + 의존 명사(거리)'로 이루어진 어휘의 용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이는 1993년 경 MBC 장학퀴즈에서도 문제로 출제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너무도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용례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예외적 사례라고 인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打率을 '타률'이라 하지 않고 '타율'이라 한다거나 隊列을 '대렬'이라 하지 않고 '대열'로 써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국립국어원 측은 동일한 법칙이 왜 高齡, 事例, 保留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지 합당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에 따르면 저 한자어는 각각 '고영', '사예', '보유'라 표기해야 할 텐데 실제로는 '고령', '사례', '보류'라고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늘상 쓰고 있는 한국인조차 우리말의 어법과 문법을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결국 이를 의아해 하는 외국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답은 '그냥 그렇다' 또는 '원래 그렇다'뿐일 것입니다.
한때 저는 정주학(성리학)의 용어도 그 이치를 따져 가면서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그냥 그렇다', '원래 그렇다'라며 자연스럽게 습득될 때까지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거의 체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최근 저서를 읽고 나서 생각을 고쳐 먹게 되었습니다. 서구 근대의 세례를 받은 현대 한국인에게는 암호나 비의로 느껴질 법한 정주학의 용어를 선생님은 정주학에 내재된 논리의 결을 따라 이해하시고 다시 곰곰 다듬은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 다음 독자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단계에까지 안착하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책 덕분에 저는 이제 리, 기, 심, 성 등을 전보다 훨씬 덜 미끄럽게 손에 쥘 수 있게 되었고 그 용어들의 유기적 연관까지도 감히 추론해 볼 의욕을 갖게 되었습니다. 연초부터 정주학 이해에 적지 않은 진전이 있게끔 계기를 던져 주셔서 깊이 감사 드립니다.
 晴野: 선생님께서 우리 국어에 애정과 조예가 깊으신 것 같습니다.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저는 어법이 너무 어렵고 외울 것이 많아서 거의 포기 상태입니다. 성리학은 용어 사용이 정확합니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요... -[01/1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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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논 합배미치던 일', '모쟁이'(晴野)
이름: 새벽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