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안녕하세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토요일 오후입니다.
또, 율곡에 대해서 질문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性에 대해서 헷갈리기 시작했는데요.
율곡에게 있어 性은 理가 내재하지 않은 心을 氣로 보았을 때, 그 氣로서의 心에 理가 내재한 것입니다.
그런데 율곡은 一氣는 본래 심기청허한데 편전통색에 따라 만물이 구별되고, 또 인간이라 할 지라도 청탁수박에 따라 천차만별의 기질을 갖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A라는 사람의 기질과 B라는 사람의 기질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性을 理가 心에 내재한 것이라고 본다면 사람마다 性에도 차이가 납니다. 이를 물이 든 비커 속에 담긴 다이아몬드에 비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A비커'에는 맑은 물이 담겼고, 'B비커'에는 흙탕물이 담겼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다이아몬드는 理이고, 물이 담긴 비커는 氣입니다. 곧, 理가 내지되지 않은 心이죠. 그런데 그 속에 다이아몬드는 넣고 본다면 A비커 속의 다이아몬드는 청명한 색을 유지하는 반면, B비커 속에 담긴 다이아몬드는 흐릿흐릿하게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비커 속에 담긴 다이아몬드를 性으로 본다면 악의 원인을 性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요? 물론, 비커 속에 넣기 전에 다이아몬드는 청명한 색입니다. 즉 氣와 결합하기 이전의 理는 순선합니다. 그러나 氣와 결합한 理는 무조건적으로 선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요. 다이아몬드는 흙탕물 속에 들어가도 다이아몬드이지 돌맹이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그 다이아몬드가 흙탕물 속에 들어갔을 때 더렵혀진 다이아몬드는 말그대로 '더렵혀져' 있으니까요. 또한 B비커에서는 더렵혀진 다이아몬드가 곧 性이니까요. 비커속의 물이 다시 맑아지기 전엔 그 성도 역시 악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다음은 情에 대한 질문입니다. (情이라 함이 행동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보고 측은지심이 발동했습니다. 이것은 情이죠. 그런데, 그것을 본 사람이 그저 발을 동동 굴리고 있을 뿐이라면 이는 결과적으로 측은지심이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요?

  그리고 이것은 논문과는 관련없는 질문입니다.
보통 윤리학을 공부할때 '성악설'과 '성선설'을 구분하잖아요.
그리고 동양에서 자신의 '선한 본성'을 따르는 것이 '선한 행동'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선한 본성이 있다면 인간에게 '선한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 본성적으로 주어져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것을 善하다고 할 수 있는건가요? 그저 정해진대로 발현하는 것을 '선하다'고 판단해도 되는 것인지요. 맹자의 제선왕이 양에 대해서 측은지심을 품었을 때, 맹자가 이를 仁의 단초로 삼았을 때, 그저 주어진 본성대로 발현한 것이라면 이것이 선한 것인가요? 왠지, '선하다'는 말에는 주체적인 가치판단이 개입될 것 같아서요.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