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7)

사는 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는 건가? 아무 목적도 없이 방황하며 사는 건가? 목적이 있다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사는 거며, 없다면 목적도 없이 왜 사는 건가?

어느 기독인에게 사는 이유를 물었더니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서 산다고 하였다. 그래서 하나님의 영광을 구태여 나타낼 필요가 있느냐고 나는 반박하였다. 그렇다면 너는 왜 사는가? 한울 造化의 일부로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이유가 한울 조화의 참여라면 한울조화의 목적, 또는 방향은 무엇이란 말이냐?

太一球相(큰 둥근 공, 한공꼴)으로 돌아가는 것이 한울 造化의 方向이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한울 造化의 법칙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反者道之動이요 去者必反이라. 이 우주는 최초에 太一球相이었기 때문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太一球相은 왜 최초에 조화를 시작하였는가? 徐花潭은 機自爾라고 말하였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한공꼴의 구성 요소이다. 그리스나 印度에서는 四要素說을 말하고, 中國에서는 陰陽五行說을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一理가 있을 것이다. 나는 多要素說을 주장하고 싶으며, 그를 크게 類를 나눈다면 陰陽이 될 것 같다.

한공꼴의 구성요소가 그러하기 때문에 영원히 靜하고 있을 수 없으며, 機로부터 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같이 하여 한공꼴이 한울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며, 방향은 다시 최초의 한공꼴로 돌아가는 것이다.

술취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갈지(之)字 모양으로 왔다 갔다 하더라도 방향은 자기 집으로 나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한울도 개체(個體)로서 進退가 있을지라도 변함 없는 방향은 한공꼴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울의 모든 구성요소가 生滅을 거듭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변화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거기서 얻어지는 결론은 인간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다만 한울 造化에 참여하면서 거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각자가 무슨 목적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한울조화의 참여에 대한 하나의 방법에 불과한 것이며, 그들이 그런 목적(방법)을 가지고 있거나 없는 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살아가는 과정을 방황이라 표현하여도 좋고, 무슨 목표를 향한 의지의 實現이라고 하여도 좋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삶이란 한울 造化에의 참여이며, 그 참여하는 방법으로써 어떠한 것을 택하든 모두가 자유이다.

죽는다는 것은 한울조화에의 참여방식을 바꾸는 일일뿐이다. 죽음이라는 계기를 통하여 획기적인 방법으로 한울조화에 참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