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尊派(지존파) 文學(문학)

국민윤리교육과 윤용남

얼마전 지존파라는 살인집단이 죄없는 사람들을 무참히 죽였다 하여 온 나라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들은 어떤 소설책과 비디오를 보면서 살인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10월 17일자 전자신문에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과의 對談(대담) 기사가 실렸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영상물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고, 등급심의제를 도입하여 등급을 세분하여 연령별로 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위 해결책이 원천적으로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즉 심의를 엄격히 하고 단속을 철저히 하면 어린이들이 폭력·외설 등의 영상물 때문에 잘못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 문제가 어찌 폭력, 외설 등의 문제 뿐이겠는가. 사리사욕을 위해서 국민의 세금을 착복하는 일, 용돈을 넉넉히 쓰기 위해서 부모를 죽이는 일,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자에게 복수하려는 일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사랑을 위해 부모를 등지는 일, 자아실현을 위해 자식을 버리는 일, 단란한 핵가정을 위해 부모를 버리는 일, 이익을 위해서 남의 자식을 아랑곳하지 않는 일, 돈을 벌기 위해서 고객을 속이는 일, 놀기 위해 맡은 바 직분을 소홀히 하는 일 등등.

오늘날 이런 윤리 도덕의 타락은 우리 선조들이 몇 백년 전에 이미 예견한 일이다. 서양의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올 때 우리 조상들은 자신들이 가진 윤리 도덕은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東道西器(동도서기)를 외치면서 서양의 문물은 받아들이되 道理(도리)는 버리지 말자 하였다. 그러나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법칙 때문인가, 아니면 약삭빠른 자들의 계산속 때문인가. 어느새 몇 천년 동안 지켜온 우리의 도리는 모두 사라지고 서양의 도리가 판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문학관이요, 美學(미학)이다. 언제부터인가 흥부전, 심청전, 춘향전 등은 소설이 아니고, 雙花店(쌍화점), 滿殿春(만전춘) 등이 좋은, 아니 우리 조상들의 유일한 소설이라고 한다. 문학 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四君子(사군자)를 그린 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고, 목욕하는 여자, 美人圖(미인도) 등이 국보급 그림이라 한다. 또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는 말은 처녀에 대한 칭찬이 아니고, '각선미 만점'이라는 말이 최대의 찬사라 한다.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美(미)에 대한 생각과 서양인들의 생각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문학이나 미술 등은 인간의 착한 마음씨를 길러 주는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즉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므로, 그러한 것들을 추구하는 것은 목적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행해져야 하며 그 정도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어떤 사물도 인간의 보다 근원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 '宇宙調和(우주조화)의 성취'를 보다 잘 도울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주로 개인의 행복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므로 이러한 개인의 행복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인간의 행복 속에는 물질적인 행복을 빼놓을 수 없으므로 여기에 기여하는 것은 상당히 아름다운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을 잘 그려낸 문학이나 그림을 좋은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 말한다면 우주관이나 인생관이 다르기 때문에 미학도 다른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어른들이 아이들 몰래 보는 영상물의 존재가치가 인정되는 한, 즉 그런 미학이나 문학관을 가진 한, 지존파는 그들의 교본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등급심의제는 지존파의 교본이 될만한 영상물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는 보여주지 말고 지존파에게만 보여주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도서기론은 아직도 유효하다. 아니 東道東器(동도동기)가 되어야 동도서기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