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생명체 복제와 윤리 (supil)

No,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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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복제와 윤리

尹用男(성신여대)

스코틀랜드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 팀이 성장한 羊의 體細胞를 가지고 無性生殖의 방법으로 羊을 복제하는데 성공하였다는 사실이 지난 2월에 발표되자 세계적으로 생명체 복제에 대한 찬반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이 유전자복제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소위 긍정적 요소는 인간의 질병 치료와 풍요로운 衣食住 생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부정적 요소는 주로 종교·윤리적 문제이다.

인간은 꾀를 내어 말에 재갈을 물리고 소에 코뚜레를 하여 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였다. 또 고욤나무에 감나무를 접붙여 좋은 감을 먹었다. 유전공학이 발달하면서 생산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벼품종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많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여 생산량을 증대시켰다. 한편으론 의약과 의술의 발달로 많은 불치병을 퇴치하였다. 그리하여 의식주 생활은 풍요롭고 윤택하며, 수명도 크게 연장되었다. 이제 유전공학의 발달로 DNA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혜택을 인간에게 줄 것이라고 한다.

형질전환된 돼지의 심장을 빼내 인간에 이식하거나, 쥐에다가 사람의 귀를 접붙였다가 다시 그것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등의 유전자조작술은 여러 가지 질병을 손쉽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 남편의 체세포 몇 개만 냉동보관시켜 놓으면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을 때, 남편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를 태어나게 할 수 있으므로 남편을 잃은 슬픔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건장한 김모의 몸에 명석한 정모의 두뇌를 접붙이면 유능한 사람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으므로 인류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눈 앞에 다가온 DNA혁명을 바라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첫째 인간의 행복추구권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弱肉强食의 법칙, 그것을 우주 안의 모든 것이 지켜야 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이다. 弱者를 먹고, 强者를 위해 희생한다. 자비심으로 약자를 먹지 않는 것도, 뻗대며 강자에게 먹히지 않는 것도 모두 불법이다. 영원한 강자는 없으므로 먹고 먹히는 속에 억울할 것도 없다. 오히려 서로의 생존을 지켜주는 그 동안에 사랑과 행복이 있다. 사자는 배가 부른 동안은 사냥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배가 부르면 운동 삼아 사냥을 하면서 자연을 짓밟는다. 인간도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만 그들을 이용하고 먹을 권리가 있을 뿐이다. 인간이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면 그와 똑 같은 정도로 다른 동식물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둘째 인간이 자연을 향유할 권리는 어디서 오는가. 바꿔 말하면 인간은 무슨 일을 하여 자연에게 보답하는가. 인간은 가장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자연의 미래를 예측하고, 우주 전체의 질서와 조화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우주의 질서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이런 일을 충실히 할 때 그 대가로서 자연은 인간에게 삶의 공간과 먹이를 제공한다. 만일 인간이 그런 일은 하지 않고 단지 자연을 마음껏 향유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짓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은 인간에게 더 이상 살 권리를 주지 않을 것이다.

셋째 우주 평화는 어떻게 해야 달성되는가. 그것은 우주 안에 존재하는 것들 모두가 각자 자신의 맡은 일을 다하고, 그 보답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공간과 먹이를 가질 때에만 달성된다. 조금이라도 자기의 생존을 위한 것보다, 그리고 자기의 노력의 대가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할 때 우주 평화는 깨진다. 인간 이외의 동식물 등은 이미 모두 그런 원칙을 알고 스스로 절제하며 살아간다. 다만 인간이 문제이다.

위와 같은 기초적인 인식 하에서 다음 문제를 생각해 보자. 첫째 인간은 생명체를 조작·복제를 해도 되는가. 지금 인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인간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기 위한 몸부림인가. 지금까지 인간이 누려 온 것만으로도 너무 많이 누리고 있다. 지나친 안락과 풍요를 추구한 나머지 자연이 파괴되어 자연은 自生力, 適應力을 상실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적어도 인간은 더 이상의 안락과 풍요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그것을 위한 생명체의 조작·복제는 더 이상 권리로서 인정될 수 없다. 우주 안의 모든 것들은 먹고 먹히면서 살아가는 것인데 인간만이 먹힐 수 없다는 것은 과욕이다. 병들어 죽는 것도 자연의 질서와 우주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지혜로운 인간들이 병들어 죽지 않고 장수하면서 동식물들을 무한히 착취한다면 우주 평화는 어느 한 순간에 깨질 것이다.

둘째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 유전병에 걸린 환자 등의 고통은 방치해야 하는가. 適者生存은 자연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자연치유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돕는 방법이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고 우주 평화를 깨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 동식물의 數, 사람의 數는 자연의 復原力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절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의 수만이 지나치게 많다면 당연히 自然死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므로 그 자연법칙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그 당사자나 주위 사람들은 크나큰 슬픔을 겪게 될 것이지만 그런 슬픔을 이기며 살아야 하는 것도 자연의 법칙인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無性生殖으로 인간복제를 해도 되는가. 동물은 어미는 알아도 아비는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라고, 다시 그 늙은 부모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아비 없는 자식으로 태어나 인간의 질서를 무시하고, 나아가 자연에 경외심을 갖지 않는 자가 과연 우주 평화를 달성해야 하는 숭고한 인간의 임무를 다할 수 있을까? 설령 지금의 인간보다 훨씬 우수한 인간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과연 그가 사람의 갈 길을 제대로 갈 것인가. 유전공학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可塑性을 가진 인간은 비록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더라도 주어진 환경이 열악하면 망나니가 되고 만다는 것을.

생명체 복제, 인간복제는 종교·윤리의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 아니 우주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생명공학으로 환경오염, 질병, 의식주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단지 더 큰 재앙의 씨앗을 뿌리는 것일 뿐이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을 버리고, 최대의 노력으로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이익을 얻고자 힘써야 한다.

『과학과 기술』통권337호(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1997. 6), pp.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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