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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선발권 윤용남(윤리교육과 교수)    교육부에서는 최근에 [교육발전 5개년 계획](시안)을 발표하였다. 그 중 '우리 교육의 미래상'이라는 장에서 "시험 점수 위주의 대학 학생선발 방법이 2002학년도부터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획기적으로 바뀌고 새 학교 문화 창조를 위한 여러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초·중·고교의 학교 풍토가 크게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고 한다. 이 계획안은 물론 지금까지의 선발 방법보다는 진일보한 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 대학에서 논술시험을 치른다고 하니까 논술과외가 극성이고, 봉사활동을 점수화한다니까 너나 없이 점수를 얻으러 다닌다. 그런 것을 시험과목에 포함시킨 본래 의도는 사라지고 잔꾀나 부려 높은 점수를 얻으려고만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은 결국 일정한 잣대로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평가 방법이 본래 의도대로 잘 정착된다면 학교 교육은 정상화 될 것인가. 그런 잣대는 언제나 하나의 기준일 뿐 완전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모든 학생을 그런 몇 개의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것부터가 무리이다.    그것보다도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배우겠다고 찾아온 학생을 어떻게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쫓아낼 수 있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파렴치한 짓을 태연하게 반복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누구든 물을 것이 있으면 와서 물을 수 있게 하라. 그러나 학생은 찾아야 한다. 나의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줄 스승은 누구인가. 그는 어디 있는가. 그리고 자신은 반성해야 한다. 과연 나는 무엇을 물으려고 하는가? 물을 것이 없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스승을 찾는가. 고등학교까지 12년을 배우고도 물을 것 하나 없이 왜 대학에 오는가. 책 한 줄도 안 읽고 왜 스승을 만나는가. 12년간 교육받고도 도대체 책을 읽을 줄 아는가 모르는가. 아직 그런 책을 전혀 읽을 능력이 없다면 스승을 잘못 찾아 온 것이다. 기초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이다.    또 자기가 궁금한 것을 물었는데 그가 답변을 하지 못한다면 스승을 잘못 찾은 것이니, 다시 찾아 봐야 할 것이다. 온 나라 안을 다 찾아 봐도 그런 스승이 없다면, 외국에 나가서 찾아 봐야 할 것이다. 거기도 없다면 이제 자신이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미 세계적인 학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학생이 물으러 올 것이다. 그는 스승이다.    초등학교시절부터 묻는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아니 그것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 누구나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잘하는 일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런 질문을 가로막았다. 조용히 선생님 말을 들으라고 하면서, 학습진도를 맞춰야 한다면서 윽박질렀다. 그러니 학생들은 학교가 재미없고, 선생은 수준 차이가 나는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자니 힘들다. 모르는 학생은 아는 친구에게 물을 수 있지 않은가. 잘하는 학생은 먼저 진도를 나가고, 도중에 혹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배나 선생님께 묻고, 그래서 과정이 빨리 끝나면 또 다른 책을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 선생님이 답변할 수 없는 것이 나오면 이제 또 다른 선생님을 찾아간다.    돌이켜 보건대 나는 국민학교 때는 음악·미술 시간이 너무도 지겨웠다. 내가 잘 하지 못하니까. 중고등학교 때는 수학시간이 지루했다. 내가 아는 문제만 풀고 있으니까. 교수가 되어서는 메아리 없는 강의에 지친다. 관심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또 지껄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율곡은 퇴계 선생이 돌아가시자, 그 제문(祭文) 첫머리에서 "물을 곳을 잃으니 부모님이 돌아가신 듯하다."고 하면서, 나라 안에 궁금한 것을 여쭤볼 만한 스승이 없음을 자식이 부모를 잃은 듯이 애달파 하였다. 율곡 같은 대학자도 물을 것이 남았는가.    묻고 답하는 중에 자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도, 제자에 대한 평가도, 스승에 대한 평가도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러면서도 친구와 친구, 선배와 후배, 스승과 제자가 화기애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가진 제도는 이 시대에 시행할 수 없는 것인가? 성신학보(1999년 4월 5일 37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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