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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님!
당신이 聖人이라니 나도 당신의 길을 따르고 싶소. 나도 성인이 되고 싶단 말입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당신의 3천명 제자 가운데서도 오직 顔子만을 당신의 참 제자로 인정하셨으니 저 같은 욕심꾸러기야 어디 근처나 갈 수 있겠습니까? 우선 良心대로 살면 된다기에 그렇게 하려고도 해 봤습니다. 그러나 慾心이 앞을 막아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내 肉身을 죽인 다음에나 가능할까. 육신을 살려둔 채로는 양심대로 할 수 없고, 성인도 될 수 없습니다.
아!
어떻게 이 육신의 욕구를 꺾고 '사람의 길(人道)'을 갈 수 있을까? 엎어지고 자빠지고 고꾸라지면서라도 꼭 이 육신을 끌고서 '사람의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일까? 육신은 나의 전체이고, 욕심은 나의 주인이니, 어떻게 나의 주인을 몰아낼 수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먹고 싶고, 예쁜 여자를 보면 소유하고 싶으며, 좋은 집을 갖고 싶다. 명예도 얻고 싶고, 권력도 부리고 싶으며, 많은 돈도 갖고 싶다.
이런 것들은 '사람의 길' 가운데 없는 것일까? 이런 것들이 '사람의 길' 가운데 없는 것이라면 왜 이 세상에 존재하여 우리를 유혹하고 괴롭히는 것일까? 또 내게 양심과 욕심이 공존하는 것이라면 각각 그 길을 가게 하면 그만이지 서로 끌고 당기며 다툴 것은 무엇인가? 양심이 소리칠 땐 양심대로 하고, 욕심이 소리칠 땐 욕심대로 하면 그만이지 서로 헐뜯을 건 무엇인가? 또 많은 사람들은 욕심이 양심을 누르며 살고 있는데, 유독 공자는 양심대로 살고 그것이 유일한 '사람의 길'이라고 내세울 건 무엇인가? 두눈박이가 외눈박이 나라에 가면 두눈박이가 병신이라던데, 왜 우리가 잘못인가?
공자가 병신이다. 顔子가 아첨꾼이다. 괴로워하지 마라. 네 욕심대로 살라. 네 욕심대로 한바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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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며 용감하게 살아가라. 양심의 가책 때문에 평생을 괴롭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욕심대로 싸우다가 패배하면 포기하고 달리 욕심을 채우면 그만이지 그것 때문에 갈등할 게 뭐냐? 여우가 싸우다가 져서 갈등한다는 소리를 들었는가? 제 모습이 비참하여 비관·자살하려던 토끼도 결국 개구리를 보고 용기를 내지 않던가?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을 뿐이니, 양심과 다투지 마라.
인간은 철학이 있어 다른 동물과 다르다고 하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인간도 다른 동물과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났거늘 두 발로 걷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인간이 동물로 돌아갈 때 훨씬 행복할 수 있다. 弱肉强食은 우주의 법칙인데 어찌 인간 따위가 벗어날 수 있겠는가?
孔子여! 물러가라. 이 땅은 당신의 가르침이 아니라도 잘 살아갈 것이며,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이 땅에 불행만 닥칠 것이라고 하는 것은 당신의 교만이며 착각이고, 인류에 대한 저주일 뿐이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라.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난데, 왜 내가 당신처럼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며 거지꼴로 살아야 하오.
나는 개처럼 행복하게 살다가 늙으면 죽을 것이오. 또 늙어서 죽으라는 법이 어디 있소. 나보다 강한 자가 나를 죽이면 늙지 않아도 죽어야지. 내가 살아 있거나 말거나 이 우주는 변함없이 돌아갈 것이니 나는 나의 욕심대로 살 것이오.
공자여!
양심을 막아주오. 양심이 오면 나는 괴롭고, 양심만 없으면 나는 행복하오.
그러나 저승에서 열린다는 올림픽 개막식에는 나도 구경을 가야 할텐데, 오직 그것만이 자나깨나 걱정이오……. |
No, 18
철학사상 부재의 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