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사는 게 뭔지?(33) (supil)

No,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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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뭔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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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有機體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뼈와 살로 이루어졌다. 인간에게서 이 有機物을 제외하고 나면 남을 것은 없다. 어려서부터 이 뼈를 튼튼히 하고 뼈를 키우는데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어려서 조그만 하고 아담할 때부터 결국은 이 뼈를 키우기 위해 산 것 같기 만하다. 또 살도 마찬가지다. 야들야들하게 귀엽던 아기의 살이 억세고 거친 어른의 살이 되도록 그를 기르기 위해 산 것 같다. 이것은 生命體만이 가지는 生의 欲求를 충족시키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커갈수록 먹고 싶고, 갖고 싶은 것만 늘어난다. 그래서 먹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일수록 내 것이 아니며,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일수록 淫亂하고 奸邪한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남을 헐뜯고 不滿스러운 것뿐이며, 하고 싶은 것일수록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것일 뿐이다. 이러다 보니 一擧手一投足이 모두 해서는 안될 것들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이 하고 싶다. 좀더 입에 맞는 것을 먹고 싶고, 좀더 비싼 물건을 갖고 싶다. 되도록 칭찬하는 말을 듣고 싶으며, 편하게 놀고 싶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사람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 先賢들은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五倫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동물이고 싶다. 나의 모든 즐거움을 뺏기고 인간이 되기보다는 나의 모든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물이고 싶다. 도대체 五倫이 뭐고, 人道란 무엇이기에 나의 즐거움을 비난하는가? 순수한, 그래서 동물 같은 인간, 그것이 참 인간이다. 聖人君子라는 자들은 모두 僞善者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어서 즐겁다는 것은 大衆을 우롱하는 말이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이 즐겁다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이 生을 즐길 능력이 없으니까, 그것이 참 즐거움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꼬리 잘린 여우가 꼬리는 거추장스럽다고 무리를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聖賢의 말이 진실이라면 왜 숱한 사람들이 그들의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즐기겠는가?
孔子여, 朱子여, 나를 우롱하지 마시오.
무슨 道가 있어 나를 지배한단 말이오. 나는 道를 주인으로 여긴 적이 없소. 나의 주인은 바로 나의 뼈와 살이요. 뼈와 살이 나를 키워주고 나를 지탱하여 주고 있소. 당신들은 道라는 도깨비를 만들어서 나를 현혹하지 마시오. 道란게 어디 있다는 말이오. 天上에도 天下에도 없소. 天上天下에 오직 나의 뼈와 살이 있을 뿐이오. 나는 나의 뼈와 살이 시키는 대로 따를 것이오. 이 뼈와 살은 허무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세상에 허무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소. 아무리 훌륭한 道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뼈와 살이 없다면 그것이 어디에서 힘을 쓴단 말이오. 道에 따르지 않으면 나의 良心이 괴롭다는 것은 다만 당신들의 洗腦敎育에 물든 탓이요. 다른 이유는 없소. 어린애들을 보시오. 옆 친구의 물건을 뺏아 먹고도 배부를 수 있고 웃을 수 있으며, 발가벗고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오. 그런데 당신들이 이 땅에 와서 그 모든 자유를 박탈해 갔소. 당신들은 나의 뼈와 살의 강도요 원수일 뿐이며, 결코 先知者가 아니오.
당신들은 時中이란 알량한 말을 내세워 온갖 만행을 눈감아주고 大勢에 아부하였소. 기준도 없는 道란 도깨비를 가지고 나를 속박하지 마시오. 당신 말대로 나의 欲求에 따르는 것이 나의 뼈와 살의 時中이요. 당신의 그 허무맹랑한 소리로 나를 괴롭히지 마시오. 삶이란 그런 도깨비가 아니오. 나의 뼈와 살이 숨쉬고 있을 때, 그것을 삶이라 부르는 것이오.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뼈와 살을 튼실하게 하는 것이고, 뼈와 살을 키우는 것이오. 그래서 저승으로 갈 때 훌륭하고 잘생긴 뼈와 살을 자연에 되돌리는 것이 훌륭한 삶을 산 것이오.
당신들이 유난스런 말로 동물과 구별하려는 짓은 인간을 우롱하고 동물을 멸시하는 짓이오. 동물들이 당신들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소. 주제넘게 꼴값한다고 비웃을 것이오. 당신은 당신의 행동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시오. 사람을 사랑하라고 하면서 사람을 우롱하고, 동물을 아끼라고 하면서 동물을 멸시하니, 어찌 自家撞着이 아니겠소.
어리석은 위선자여!
살로 돌아오시오.
산다는 건 살을 살리는 것이요, 기름지게 하는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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