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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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찬 겨울 밤 하늘에 보름달이 교교히 비치고 있다. 正月 대보름에는 달을 보고 자기의 所望을 말한다고 한다. 보름달은 밝아서 좋다. 어스름이 비치는 달빛 아래 술을 한잔 마시고, 조금은 찬 바람을 쐬며 생각에 잠겨 본다.

나는 희망찬 꿈을 안고 여기 왔다. 그러나 여기는 창살 없는 감옥, 自由보다는 보이지 않는 制度의 장막 속에서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다. 자기의 꿈이 그 속에서 용납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한없는 갈등 속에 살 수 밖에 없다. 자기의 꿈을 버릴 것이냐, 아니면 자기의 꿈을 끝까지 지킬 것이냐? 이 두 가지 중의 선택은 말은 쉬운 것 같지만 실지로 닥쳤을 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或者는 자기의 꿈을 거기에 잘 적응시켜 兩者의 妙合을 꾀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妙合이란 말은 그렇게 말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왕왕 妙合은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기 쉽다. 이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진정한 妙合이라면 어떠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의 꿈을 잃지 않고 지켜가는 것이다. 자기의 信念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확신한다면, 결코 굽혀서는 안된다. 끝까지 지켜서 살려냈을 때 그것을 妙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꿈이 진정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百世而俟聖人이라도 不惑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진정 그러한 것이라고 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그르다고 해도 흔들리지 마라. 세상 모든 사람이 칭찬한다고 하여 우쭐하지 마라. 자기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결코 늦출 수 없는 것이다.

꿈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 그러므로 더욱 힘쓰고 힘써서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혹 자기의 능력이 닿지 못할까 걱정하지 마라. 中庸에 말한 대로 남이 한번에 하면, 나는 백 번 애써서 하고, 남이 10번째 달성하면 나는 천 번이라도 애써서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무엇을 하지 못하랴! 가는 길은 혹 다르고, 들인 힘은 혹 다를지라도 이룬 功은 같은 것이다.

어둔 밤하늘만 비추시는 달님이시어! 나의 꿈은 少女의 물거품 같은 꿈이 아니올시다. 나의 모진 마음은 少女의 여린 마음이 아닙니다. 열여섯 少年의 호기심 많은 꿈도 아니올시다. 갈 곳 없어 헤매다가 우연히 주워 가진 진주 같은 꿈도 아니요, 한 10년 타다 말 장작개비 같은 꿈도 아니요, 한 목숨 붙어 있다면 결코 버릴 수 없는 生命을 건 꿈입니다. 그러니 나의 마음 여려질 때 굳혀주시고, 어두움 닥쳐 올 때 비춰주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을 벗삼고 힘내어서, 엎어지고 거꾸러지더라도 다시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끝까지 가오리다.

한 평생 살아가는 길은 수없이 많고, 그 방법도 또한 수없이 많다. 한 번 태어나서, 다시 못 올 길을 갈 때 쉽고 편한 길을 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고쳐 못할 것은 인생이다. 그러니 죽음의 자리에 가서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자리가 된다면, 그 얼마나 애석한 일이겠는가? 徐花潭은 "마음이 편안하다" 하였고, kant는 "좋다"라고 하였다 하니, 그 心境이 부럽다. 名妓 黃眞伊의 유혹을 뿌리친 花潭이고 보면, 그 일생 부끄럼 없었을 것을 알 수 있고, 자기 고향을 벗어나지 않고 시계바늘처럼 정확하게 한 평생을 살았다는 kant이고 보면, 역시 후회 없이 살다 갔을 것을 알만하다.

나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인생의 갈 길을 확고하게 定해야 한다. 세상 사람이 모두 헐뜯더라도 결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곧게 세우고 갈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 길이야 말로 죽을 때까지 갈 수 있는 길이다. 둘째는 타고 갈 마차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마차란 다름아닌 우리 마음의 마차다. 마음이 굳지 못하면 결코 그 먼 길을 다 갈 수 없다. 반도 못 가서 깨지고 부서질 마차라면 아예 타지 않은 것만 못하다. 비도 맞고 서리도 맞으며, 때로는 돌멩이를 얻어맞을 수도 있고, 가시덤불이나 수렁 속에 쳐박힐 수도 있다. 어떤 난관 속에서도 부스스 몸을 털고 일어나 다시 갈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마차라야만 生命을 걸고 가는 먼 길을 다 갈 수 있다. 다른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이 있을 테지만, 위의 두 가지만 확고하다면 다른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아득히 보이는 외줄기 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나그네. 그는 봄바람 훈훈하게 부는 아침이면 거칠 것 없이 먼 길을 떠날 것이다. 뙤약볕 내리 쬐는 여름날이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잠시 땀을 식혀 갈 것이요, 서리 내리는 차가운 가을밤이면 옷깃을 여미며 입을 굳게 다물고 신을 고쳐 신을 것이다. 함박눈 내리고 찬바람 부는 겨울밤이면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정신을 가다듬어 눈 속에서 길을 찾을 것이다.

아! 끝없는 길이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그러나 내게는 꿈이 있고, 용기가 있다. 무엇이 앞길을 훼방하랴? 무엇이 나를 유혹하랴? 산다는 것은 본래 외길이요, 본래 혼자이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이 가는 길이다. 꿈은 그 외로운 길에 동무가 돼 줄 것이다. 삶이란 나무는 꿈을 먹고 산다. 그 꿈이 크고 좋은 것일수록 그 삶의 나무는 좋은 것이 될 것이다.

431602282041 記淸溪館月光下之隨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