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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대전 역주자 서문   성리대전性理大全의 모든 출판 준비를 마치고 인쇄만을 앞둔 지금 서문을 쓴다. 2010년 9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 과제로 선정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아 5년간 연구를 진행하고, 다시 근 3년간의 교정과 출판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대장정의 끝에 와 있다. 성리대전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38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대학 3학년이던 당시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며 도서관에서 씨름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던 1993년 초 어느 날, 고故 정병련鄭炳連(전남대) 교수님께서 공부 모임을 갖자며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을 읽으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이에 10년 이상을 공부하려면 성리대전이 좋겠다고 하였고, 교수님께서 흔쾌히 받아들여 성리대전으로 결정하였다. 이후 한중철학회韓中哲學會를 창립하여 매주 금요일마다 연중무휴로 대우재단빌딩에서 모임을 갖고 강독해 나갔다. 그러저러 또 세월이 흘러 당시 막내였던 본인이 회장을 맡게 되었다. 그때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국연구재단에 번역과제를 신청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에 이르렀다. 성리대전은, 철학인 성리학은 물론 문학, 역사, 역학易學, 예학禮學, 음악, 교육학, 국어학, 정치학, 천문학 등이 총망라된 매우 난해한 책이다. 학회에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끊임없이 강독해온 내공內功과 난상 토론에 단련된 공력功力이 아니면 번역하기 어려운 책이다. 또한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전공한 학자가 함께 모이지 않으면 읽기 어려운 책이다. 그런데 우리 연구진은 이런 여러 조건을 비교적 잘 갖추었다. 학회에서 여러 해 동안 성리대전을 함께 읽었고, 읽으면서 서로 상대의 잘못을 기탄없이 지적하면서 절차탁마하였다. 이런 힘으로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함께 강독하면서 공동번역을 진행하였다. 시간 관계상 전체를 모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 그리고 난해한 부분은 반드시 함께 고민하였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여전히 많다.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고, 더 노력을 했다면 당연히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었겠지만, 주어진 조건이 만족할 만하지 못했다는 핑계를 댈 수밖에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젊을 때 이 글을 보고 너무 싱거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번역을 하면서 깨달았다. 우리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번역을 하고 있었다. 공자께서는 이런 사람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경계하신 것이니, 공자의 혜안이 참으로 두렵다. 2천 5백여 년 전의 공자 말씀이나 8백여 년 전의 주자朱子 말을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며 번역하지만 정말로 아는 것인지,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만을 가지고 함께 토론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번역하다 보니 이런 지경이었다. 또 저울의 형평衡平을 경험하지 못했고, 맷돌도 돌려보지 못했고, 굴건屈巾도 구경하지 못한 세대가 성리대전을 번역하는 것은 매미가 겨울을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런 것은 형이하形而下의 것이니, 생각해보고 그림도 찾아 볼 수 있다. 형이상形而上의 철학은 더욱 상상하기 힘들다. 현대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서양의 세계관을 배우며 자란다. 나我에서 시작하여 인간으로 확장하다가, 급기야는 신神의 존재를 요청하기도 한다. 그런데 동양철학은 나는 물론 아무것도 없는 까마득한 태초의 우주에서부터 시작한다. 태초의 아기우주로부터 현생의 우주까지, 황량하고 적막한 지구로부터 온갖 것들이 와글거리는 현재의 우주까지 정합적 이론 체계로 설명하려 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그런 사유세계를 배운 적이 없고, 표현도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성리대전에서는 하늘이 조물주造物主이고 주인이고 주어主語인데, 현재의 우리는 사람이 중심이고 주인이며, 그중에서도 내가 주인이요 주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갖고 있으니, 내용은 이상하고 이해도 잘 안 된다. 그것을 현대식으로 번역하려니 더욱 어색하다. 언젠가 양초를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어두운 밤에 불을 켜려다가 매우 당황스런 상황이 벌어졌다. 이 양초가 자기는 자아를 실현하겠다며 불 켜기를 거부하고, 늘씬한 자태를 뽐낼 수 있게 장식장 위에 놓아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양초야! 나는 밤을 밝히려고 너를 만들었단다. 너는 네 몸에 불을 켜고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단다. 불을 켜고 사그라져가는 네가 나는 한없이 고맙단다. 그리고 너는 네 몸을 불살라 밤을 밝히는 것이 너의 소명이란다. 그러니 고집부리지 말고 불을 켜자. 아무리 구슬리며 달래도 막무가내莫無可奈다. 그렇지! 인간은 조물주가 만들었는데, 조물주의 뜻은 무시하고 자아를 찾겠다고 애쓰는 인간, 인간중심주의를 외치는 사람을 보면 조물주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 서양철학은 인간중심철학이다. 모든 것을 인간의 입장에서 재정의하고, 만물을 인간을 위한 존재로 본다. 여기서 나아가 개인을 중심으로 하고, 모든 것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기심이 오늘의 서양 문명을 일궜다. 그 무력武力의 힘으로 지금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그런데 물어보자. 문명의 발달로 얼마나 더 여유로워졌는가?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세상은 평화로워졌는가? 성리학은 과거로 흘러간 사상이 아니다. 어느 날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꿈꾼다면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만물은 우주로부터 각자 할 일을 부여받아 생겨났고, 그 명령대로 존재하고 살아간다. 만물은 자신을 위해 생겨나지 않았고, 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태어났다. 그것이 타고난 분수分數이고, 그 속에 행복이 있다. 우리 조상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가족 간에 우애하고, 이웃이 사촌처럼 다정하게 살았다. 나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우리를 먼저 생각했다. 우주를 정복하기 보다는 우주의 품에 안겨 모든 미물들과 모든 사람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살기를 바랐다. 그런 세상을 맛보고 싶으면 어찌해야 하는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살고 싶으면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그 답은 성리대전에 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나라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역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성리대전은 처음에 사서오경을 이해하는 데 보탬을 주려고 편찬하였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서오경보다 성리대전을 더 애독할 정도였다. 그만큼 사서오경 등의 경전經傳보다 성리대전에 그것들이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리대전은 대유학자 121명의 학설을 13개 대주제로 나누고, 이것을 다시 130여개 소항목으로 나누어 편집하였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분야를 찾아서 연구할 수 있고, 처음부터 차례대로 공부할 수도 있어 매우 편리하다. 또 같은 주제에 대한 여러 학자의 이론을 나란히 소개하고 있어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기에 매우 편리하다. 󰡔세종실록󰡕 ‘세종 18년 8월 8일 신미辛未’ 조條에 나라 안에 도둑이 많아져 이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면서 성리대전 권69의 주자朱子와 오봉 호씨五峰胡氏, 예장 나씨豫章羅氏의 주장을 차례로 인용하여 논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성리대전은 세종 1년(1419년)에 전래되어 조선조 내내 ‘유교儒敎 사용설명서’로서 애독되고 연구되었다. 특히 세종은 조선조 초기 유교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성리대전을 중국에서 구해오고, 경연에서 공부하고, 선비들이 읽을 수 있도록 보급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세종의 여러 가지 업적이 여기에서 힘입은 바 매우 크다. 세종의 한글 창제는 권7~13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와 권14~17 역학계몽易學啓蒙에서, 아악雅樂 정리는 권22~23 율려신서律呂新書에서, 오례의五禮儀는 권18~21 가례家禮에서, 천문지리天文地理는 권27 리기理氣 편篇에서, 통치체제는 권65~69 군도君道⋅치도治道에서 이론을 가져온 것이다. 또 세종 15년 8월 13일의 경연에서 성리대전 권51의 “소반이나 그릇 등에도 모두 교훈을 새겼다.”라는 구절을 강론하다가, 자손들이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며 교육할 방도를 찾으라고 한다. 조광조趙光祖는 󰡔중종실록󰡕 ‘중종 13년 11월 4일 경자庚子’ 조條에서 “성리대전은 체體와 용用을 완비하였고, 근본과 말단을 다 갖추었으니,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예악과 법제法制, 성명性命⋅도덕의 이치, 역대 임금과 신하의 현명성賢明性 여부 등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진실로 여기에 밝다면 세상을 다스리는 방도는 다른 것을 더 보탤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성리대전이 세종을 비롯한 여러 임금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 후 많은 학자들도 이를 통해 성리학을 공부하였고, 거기서 자기의 처신이나 앞에 놓인 일처리에 대한 길을 찾았다. 이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꿈을 꾸며 나름 열심히 하였지만, 많은 오역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질정이나 고견은 인터넷 사이트 http://www.uri42.net에 있는 문답게시판에 올려 주시면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고쳐나갈 것을 약속드리며, 강호 제현의 기탄없는 질책과 애정 어린 가르침을 기다린다. 책을 내면서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모든 연구진께 먼저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때로는 힘들고 언짢은 경우도 많았겠지만 모두 삭이고 공동 작업에 매진해 주신 점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한중철학회韓中哲學會가 매주 모여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 주신 재단법인 대우재단 및 한국학술협의회 관계자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대우재단이 2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지원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사업은 아마 태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울러 20여 년 동안 한중철학회를 이끌었던 회장님들과 회원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이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해준 한국연구재단과 정부에 감사하며,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한다. 순수학술도서의 열악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출판을 맡아주신 도서출판 학고방學古房의 하운근河雲根 사장님과 2년여 동안 거질巨帙의 원고를 꼼꼼하게 다듬어주신 조연순 팀장님을 비롯한 편집실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2018년 6월 하짓날   성리대전 연구번역 연구책임자 성신여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前 한중철학회 회장 동양철학연구회 회장 尹用男 쓰다 윤용남 외 9인 공역, 도서출판 학고방, 2018년 8월 10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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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제23회 윤촌학술대회 지도교수 인사말	60
72	[성리대전性理大全] 역주자 서문	508	2
71	[전통교육에 기초한 단비교육] 머리말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