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윤리교육과가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하며 전국적으로 한참 명성을 떨칠 때, 교내외 교수님들로부터 그 비결을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때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학생들이 열심히 한다고 얼버무렸다. 본인도 그 이유를 잘 몰랐으니까. 그러다가 나 자신이 그 비결을 반추할 필요가 생겼다. 임용고사 합격률이 전보다 못했고, 삼수 이상을 하는 학생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때 얻은 결론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학생과의 소통이고, 다른 하나는 단비교육이었다. 당시 막내 교수로서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챙겼다. 그중에 기억나는 것은 사물함 설치이다. 학생들이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니기 어려우니 사물함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여, 당시 중앙도서관에 사용하지 않는 사물함이 있었는데 이것을 가져다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뒤 전교에 사물함이 설치되었다.
단비교육이란 명칭은 당시에는 없었고, 질문법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교수법이 효과가 있음을 깨닫고 2015년경에 논문도 쓰고, 중등학교 수석교사들과 함께 󰡔전통교육에 기초한 단비교육󰡕이라는 책도 집필하였다.
본인은 대학 1학년 때부터 20여년 동안 성리학(性理學)을 연구하시는 재야학자 이종술 선생님께 성리학을 배웠다. 그런데 당시에 선생님께서는 한번도 강의를 하지 않으셨다. 본인이 질문하면 그 질문의 범위 안에서 답변만 하실 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속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을 즈음 뒤돌아보니 선생님께서 나를 차근차근 내가 성장하는 만큼씩 이끌어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학위논문에 쓴 것은 당당하게 내 생각이었고, 나의 업적이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을 받아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힘든 공부를 내가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른 것이었다.
우리 학교에 부임하면서 학생들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였고, 나도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대로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학년 첫 시간부터 강의는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다그쳤다. 1학년 때는 논어와 맹자를 가르쳤는데, 생전 처음 보는 책을 가르치지는 않고 질문만 하라니, 학생들이 처음에는 당황하였고 불만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은 초등학교 때부터 12년 동안 배불리 먹을 능력도 부족하고, 먹는 방법도 잘 몰라서 우리 학교에 왔으니, 이제 공부 방법을 바꿔보자고 달랬다. 학생들의 공부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고, 대학 4년 동안 또다시 실패했던 방법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또 실패한다며 달랬다. 또 교사는 중고생을 가르쳐야 하는데 대학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 교사 생활 40년을 버틸 수는 없으니, ‘고기 잡는 법’을 배워서 끊임없이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 학생들이 많이 먹지는 못해도 ‘고기를 잡는 것’은 타교생보다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다.
처음에는 황당해하였지만 내 마음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잘 따라 주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질문을 하고 있다는 학생의 수가 늘어났다. 2학년 때부터는 전공 강의를 하면서 계속 질문을 많이 하도록 하였고, 또 그 질문을 항상 받을 수 있도록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문답 게시판을 운영하였다. ‘우리사이 네트워크(www.uri42.net)’에 언제든지 질문을 올리도록 권장하고, 본인은 24시간 안에 답변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하였다. 그 게시판도 어언 20년이 훨씬 넘었다. 질문을 많이 올린 학생이 임용에 먼저 합격하고, 올리지 않은 학생이 늦게 합격한다.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질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런 학생은 늦게 합격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질문을 하는 식으로 공부법을 바꾼 뒤에 합격한 졸업생이 많다. 그런 학생은 상대적으로 잘 먹는 학생인데, 윤리과 임용시험에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과는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많은데, 그런 학생이 질문을 잘하고 합격도 쉽게 한다. 암기형 학생은 철학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외우려고 하는데, 그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래도 노력하면 늦게 합격한다. 이런 학생은 중학교 교사를 선호한다. 또 수완이 있어서 중학생을 잘 다룬다.
현재 서울시내 국공립학교 도덕윤리교사의 약 30%이상이 우리 출신이다. 잘 나갈 때는 한 해 합격자의 40%에 달할 때도 있었다.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전국에서 최고의 과이며, 서울 경기 지역 도덕윤리교사의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또 모두 교사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이나 기업체로 진출한 학생도 꽤 많다.
사람의 적성은 다양하다. 문자처리형도 있고, 수리처리형, 그림처리형, 소리처리형 등이 있는데 한 가지 유형이 순수하게 100%인 경우는 없고 다양한 비율로 배합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적성이 달라지고, 하고 싶은 일도 달라진다. 이에 우리 학교 학생의 특성을 살펴서 그 학생들이 잘 할 수 있는 길을 가도록 하는 것이 학생은 행복하고 학과는 성공하는 길이다. 그렇게 하는 교수법이 단비교육이다. 학생은 자기가 잘하는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질문한다. 교수자(敎授者)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원천적으로 타교생들보다 융합에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자신의 장점을 펼쳐 나가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한 학과 학생 전체가 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것을 무시하고 학과나 교수자가 임의로 설정한 방향으로 학생을 몰아가려고 하면 학생은 힘들고 교수자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
지난번 전체교수회의 때 발표할 기회를 얻고자 하였으나 형편상 허락받지 못하였고, 이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간략하게라도 윤리과의 비결을 전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개한다. 또 옛날 본인에게 질문했던 교수님들께 늦게나마 이것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성신시론(誠信時論)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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