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사(1997. 11.)

尹用男

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알고 싶으나 알지 못해서 몹시 답답해하지 않으면 가르쳐 주지 않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나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여 몸달지 않으면 찾아주지 않는다. 그러고도 한 모서리를 들어 주면 다른 세 모서리는 스스로 들어서 깨닫지 못하면 다시 가르쳐 주지 않는다."(論語, 述而)고 하셨다.

공자의 이 말은 제자들에게 힘써 노력하라는 것이다. 배우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가르쳐주지도 않겠다는 선언이다. 무슨 일이든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해야 능률도 오르고 잘 할 수 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 되지도 않고, 잘하기는 더욱 어렵다. 옛날 교육은 한결같이 배우는 자의 진도에 따라 진행되었다. 그리고 묻지 않으면 답변도 없었다.

나는 7살때 글방에서 천자문을 배웠는데, 보통 하루에 넉자씩 배웠고, 잘외워져서 더 가르쳐주시기를 청하면 또 넉자를 더 가르쳐 주셨다. 일정한 진도표도 없었고,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계획도 없었다. 거기에는 20∼30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모두 교재도 다르고, 같은 교재라 하더라도 진도가 달랐다. 그러면서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선생님 밑에서 사이좋게 공부하였다. 공부하다 지치면 개울에 가서 가재도 잡고, 밤도 따먹곤 하였다.

그런 공부 방법은 아마 공자시대 이후로 변함이 없었던 것같다. 조선시대가 그랬고, 해방전후의 글방공부도 그랬다. 서양식의 공부방법이 수입되기 전까지 내내 그랬다. 이러한 공부 방법은 얼마 전까지 구식으로 치부하고 돌아보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 열린교육을 한다고 야단들인데 그것은 결국 우리 조상들이 몇천년동안 실시하였던 공부방법으로의 회귀일 뿐이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공부방법의 위력은 응용력과 자생력에 있다. 단적인 예로 훈민정음의 창제를 들 수 있다. 훈민정음의 창제에 동원된 학자들이 본래 음운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며 아름다운 글자를 만들었다. 오늘날의 서양식 공부 방법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의 보완책으로 창의력 교육이나 열린교육 등을 외치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열심히 학교는 다니는데, 도대체 나는 무엇을 알고 싶은지, 오늘은 무엇을 물으려고 하는지, 왜 강의실에 앉아 있는지. 일주일이 가고, 한학기가 가도 질문 한번 하지 않으면서 무엇하러 학교는 열심히 다니는지.

이번 방학에는 자신의 학교 생활을 돌아보자. 과연 무엇을 배우러 다니고 있는 건지. 무엇이 알고 싶은 건지. 문제가 안풀려서 몸부림 칠 때, 갈 길 몰라 애태울 때, 스승을 찾아 헤맬 때가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지. 이번 방학에는 우리 모두 스승을 목말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