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유교사상 설 자리 잃게 될 것 ‘자명’
“윤리과목을 사회과목에 편입해 교과수를 줄인다. 윤리 교육은 현재 서양윤리와 동양윤리로 나뉘는데, 이럴 경우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결국 불교사상에 대한 교육은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자취를 감출 것이다.”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에 대해 교육계와 불교학자들의 우려가 크다.
이와 더불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언행에도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여 대학입시에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과 연관되어 있다. 정권이 바뀌면 통과의례처럼 거론하는 사안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많이 해온 국민들은 이제 거의 만성이 되었다. 또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지나다 보면 이 모든 정책은 원래의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왜곡되어 마침내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당사자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만성이 되었다하더라도, 이번의 경우는 예삿일이 아니다. ‘교육과정’을 개편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태까지는 교육의 외형적 ‘형태’에 관한 변화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의 ‘내용’에 관한 변화이다. 즉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슨 내용을 교육하는가가 변한다.
초.중.고에서 학습해야 할 교육단위와 항목을 정함에 있어 이미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윤리도덕 교과과정을 사회과의 교과과정에 포함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윤리 교사와 도덕 교사를 배출하는 대학의 학과는 야단이 난다. 이것은 현실적인 문제이다. 윤리는 사회과목에 포함되면서 그 가치를 상실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상의 골간이 된 불교사상, 유교사상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된 내용을 담은 각종 교과서가 제작 보급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교육은 고도의 폭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한, 그 교과내용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교과서의 선택에서도 개개의 학생이나 그 학부모의 자유는 제한된다. 교육 자체의 문제로 들어가 보자.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이타적인 삶에 대한 가치관을 함양하는 단원’을 교과서에 편입하기로 합의를 한다고 하자. 이런 원칙에 입각하여 구체적으로 역사적인 인물을 들어서 문장을 집필한다고 생각해 보자. 인류의 역사에 가장 이타적인 삶을 잘 살았던 인물이 누구인가? 다종교, 다문화 사회인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은 다양하다.
이 경우에 석가모니의 언행이 과연 현실적으로 교과서에 편입될 수 있을까? 원효대사의 이야기가 들어갈까? 다른 예로 누가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해보자. “인간에게 궁극적인 가치를 초등고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는 그런 교과 내용을 만들자.” 약간의 기술적인 적업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합의를 끌어내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으로 그럼 ‘궁극적 가치’란 무엇인가? 이것 참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화엄교학을 하는 필자는 주저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비로교주의 법계의 본성을 깨치고, 동시에 보현보살로 대표되는 이타적 보살행을 하는 것이 모든 생명들이 추구해야할 궁극적인 가치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나서는, 이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각종 논리학적 인식론적 형이상학적 근거를 제시할 것이다. 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결국 합리적인 논의로서는 종결될 날이 없다.
교육은 현실이다. 결국은 선택을 해야 한다.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고, 위원회에서 의견이 상충할 경우에는 다수결로 결정할 것이다. 이럴 경우, 불교적인 지문이나 가치를 과연 교과서에 얼마나 넣을 수 있을까?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불자가 상대적으로 적으니 결과는 뻔하다. 대승의 불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진리와 논리적 사유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한다. 아전인수를 해서도 안 되고, 상대의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도 안 된다.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바탕으로 한 비판적 자기 성찰에 기초한 지성이어야 한다. ‘깨어 있는 지성’을 바탕으로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깨어있는 지성’, 다른 말로 저마다 가지고 있는 ‘본각진심(本覺眞心)’을 활성화시켜, 특히 이번의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에 적극적으로 관계 맺어야 할 것이다.
신규탁 교수 (연세대 철학과, 본지 논설위원)
[불교신문 2547호/ 8월5일자]
불교신문 8월5일자 특별기고_ 연세대 신규탁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