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9] 2010년을 보내며 (y-visit)

이름: 晴野

2010년을 보내며

2010년을 돌아보면 나에게는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2009년말에 교육문제연구소의 학술지 [교육연구]가 한국연구재단에 등재후보지로 선정되어 소장으로서 3년여 동안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2010년은 이렇게 기분 좋게 출발한 한 해 였지만, 그후로 건강이 좋지 않아서 고생을 하면서 한 해를 보냈다. 그런 중에도 9월부터 도서관의 '통학로 한자'를 집필하면서 꽤나 시간에 쪼들렸다. 성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9월 중순에 한국연구재단의 토대기초연구 지원 사업에 '[성리대전] 연구번역'이란 주제로 신청한 연구과제가 지원과제로 선정되었다. 5년간 진행하게 될 이 대형 사업은 10월초부터 과학관 7층에 연구실을 마련하고, 연구를 시작하여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순항 중이다. 다행히 함께 연구하시는 여러 선생님들께서 헌신적으로 임해주셔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그런데 걱정거리는 우리 윤촌이다. 그동안 전국에서 탁월한 1위를 하면서 명성을 날리던 윤촌의 엔진이 어느날 갑자기 멈춰섰다. 내가 1993년 윤촌에 들어온 후로 수업시간에 기분이 나빠본 적이 없었다. 피곤하고 힘들 때도 강의실에만 들어 가면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이번 2학년 강의는 내 주전공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심드렁하고 맥이 풀렸다.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학생들과 소통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의 대학시절이 생각났다. 내 대학시절의 강의가 거의 모두 그랬다. 재미 없고 따분했다. 우리 학생들이 그 때의 나 같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한 없이 참담하다. 나는 처음 교수가 되면서 절대로 그런 강의실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지난 10여년간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언제부터 왜 잘못된 것인가? 그 이유를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 임용 선발인원이 줄어서라고도 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결단코 그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이제 내 말을 잘 믿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어떻게 더 잘 해보기도 어렵다. 이제 나이 탓을 하면서 물러날 때가 된 것인가? 새로 시작한 사업에나 정을 붙이고, 윤촌인들을 멀리할까? 도서관장 보직을 맡으면서 강의 시간이 줄어들어 윤촌인들을 만날 시간도 줄었다. 그런데도 옛날 같이 윤촌인과 교감하려는 것은 인욕(人欲)이 아닐까? 그러나 윤촌인은 성인이고, 성인을 가르치는 것은 매일 어울리며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계락선생에게 배운 것은 1주일에 2 시간 정도가 전부였다. 그외는 전화도 할 수 없었고, 뵐 수도 없었다. 또 대학에서 이종찬 교수님께 한문을 배운 것은 그보다 횟수는 많았지만, 시간은 더 적었다. 모르는 것을 여쭤보고 답변을 들은 것은 5분을 넘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과 교수님께 배웠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도 선생님 산소에 성묘하고 왔다. 모레쯤 교수님께 세배도 갈 것이다.(두 분은 모두 양력설을 쇠심) 고봉이 퇴계선생을 만난 것은 나보다 훨씬 적다. 편지 몇통이 전부다. 그래도 고봉은 퇴계선생을 만나 성장하였다.
결국 문제는 내가 우리 선생님이나 교수님처럼 학덕이나 인격이 높지 못해서 생긴 일일 것이다. 그러니 누구 탓을 하겠는가? 나는 나대로 더 노력하고, 학생들이 믿어줄 날을 기다리는 수 밖에...

조희정: 교수님 ㅠ.ㅠ 저는 일전에 교수님이 해주시는 말씀 듣고 이번 한 해 후회하지 않을 임용공부 하고자 굳게 마음을 먹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힘내세요 교수님, 윤촌의 아버지시잖아요! 교수님을 믿숩니다! 제가 내일부터 신년 계획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당장 오늘 밤부터 공부할거에요ㅜㅜ! 내년에는 임용고시도, 윤촌도 더더 좋아질 거에요. 믿숩니다! -[01/01-21:01]-

박은미: 에고... 교수님 ㅠ_ㅠ 저도 글을 읽으며 반성을 하게 되네요. 위에 후배님도 말했지만 교수님은 윤촌의 기둥이세요~!! 건강이 안좋으셨다니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ㅠㅠ 찾아뵙지도 못하고...ㅠㅠ 조만간 찾아뵐게요. 교수님~~!!! 정말 보고싶어요!!!! 사랑합니다 교수님 ㅠㅠㅠ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ㅠㅠ -[01/03-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