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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사(1993년 11월) 倫村人들이 그 동안 공부하고 생각하였던 것들을 모아 학술지와 [倫村]誌를 낸다고 한다. 참으로 대견하고 慶賀(경하)할 만한 일이다. 이에 나는 나의 대학생활을 돌아본다. 나는 한국 현대사에 소용돌이가 일던 시대에 대학을 다녔다. 10·26대통령시해사건, 12·12사건, 그리고 5·17대학휴교령이 연이어 몰아치던 소용돌이의 한 복판에서 대학생활의 황금기인 2-3학년을 보냈다. 등하교 때에는 언제나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려야 했고, 그나마 휴교령이 내려진 동안은 나의 공부방이요 놀이터였던 도서관에도 갈 수 없었다. 그 때 조국을 걱정하며 친구와 토론도 하였고, 술 한잔에 울분을 달래기도 하였다. 전공서적은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은 달랠길 없어, 생전 처음으로 컴컴한 만화방에서 무협지를 빌려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그 때는 그 방법 밖에는 없는 듯이 보였다. 그 때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한(恨)이 된다. 지금 우리 학생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나는 부럽고, 때론 슬그머니 질투도 난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 볼 때 젊은 지성인들이 울분을 토하지 않아도 되는 이 정도의 안정도 참으로 오래간만에 맛보는 것일 게다. 少年易老學難成하니 一寸光陰不可輕하라.(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촌음을 아껴 쓰라). 안정도 병인양하여 나태하지 말기를 바라는 老婆心(노파심)으로,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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