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3 조회: 1271 추천:

사는 게 뭔지?(23) 엄마가 나를 뱃속에 잉태하고 열 달을 고생하며 기다리다가 드디어 크나큰 고통을 이겨내고 나를 이 세상에 내어놓는다. 그리고는 내가 머리털이 나고 이가 나기를 기다린다. 그리곤 또 네 발로 기고, 두 발로 걷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또 엄마 찾고 말하기를 기다려서 마침내 뛰어다니고 모든 것을 새로 認識하기를 기다린다. 그처럼 여러 과정을 거쳐가면서 자라나서 국민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는 동안 내내 기다린다. 결국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엄마 아빠는 늙어서 꼬부라지고, 급기야는 죽음을 기다린다. 부모님은 모두 저 세상에 먼저 가셔서 다시 또 내가 오기를 기다린다. 물론 그것이 自意든 他意든 어쨌든 宿命的인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그 기다림을 宿命的으로 받아들인다. 그 기다림을 훌륭하게 참아내야 한다. 기다림은 또 다른 기다림을 낳는다. 끝없는 기다림이 꼬리를 잇달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한껏 부풀어 있던 기대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건 人間事의 大小事이다. 그런 것 때문에 失意에 빠져서는 안 된다. 수험생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듯이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은 담담하게 그 결과에 順應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기다림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죽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Es ist gut.", "意思安矣'라고. 그 사람은 최후의 기다림이 될 죽음도 추잡하지 않게 발버둥대지 않고 갈 수 있으리라. 일평생의 기다림의 결론은 최후의 기다림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다는 건 기다림의 줄늘임(잇기)이다. 결국 알찬 삶이란 그 줄을 굵고 튼튼하게 늘이는 것이다. 거미줄을 늘이듯이 끊기지 않고 멋지게 늘어놓는 것이다. 431212242000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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