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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사(1996. 7) 尹用男 이번 학기는 우리의 인생을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과연 사는게 뭔지? 철부지 어린 시절 누님이 먹고 있는 감자를 뺏아 먹으려고 다투다가 뜰의 돌모서리에 넘어져 눈가를 다쳤다. 어느 이른 봄 글방에 다녀 오는 길에 논에서 얼음을 지치다가 얼음이 깨져 고무신을 잃어버리고 찾느라 애를 먹었다. 국민학교 4학년 때는 선생님께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시는데 싫다고 하다가 매를 맞았다. 언젠가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딱지치기에 골몰하다가 성적이 떨어져 어머니한테 회초리를 맞을 뻔하였다. 고등학교 때는 써클활동에 빠져서 성적이 형편 없었다. 대학 때는 데모에 앞장서다가 꽤나 눈총을 받았다. 나는 언제나 삼거리에 서서 생각한다. 어느 길이 비단길이고 어느 길이 가시밭길일까. 내 앞에 닥친 삼거리에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 지 몰라 몇몇 날을 애태우기도 한다. 때로는 잘 선택한 것같아 쾌재를 부른 적도 있고, 판단착오와 그 무능함을 탓하며 좌절에 빠지기도 하였다. 무수한 갈래길마다 나는 선택한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 시간동안인가 두 시간동안인가. 10리를 갈 것인가 20리를 갈 것인가. 돌이켜 보면 내 앞에 닥쳐 왔던 많은 삼거리 중에서 나의 선택으로 만난 것도 있고,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만난 것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自意이고 他意인가. 남을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의든 타의든 내 앞에 다가온 것은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을. 산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것이다. 선택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선택이 끝나면 나의 삶도 끝난다. 내가 갈 길을 선택하자. 비단길일까 가시밭길일까. 격려사 쓰는 것을 내일로 미루고 지금 잘 것인가 끝내고 잘 것인가. 내일은 채점을 할 것인가 친구하고 술을 한 잔 마실 것인가. 방학 때는 논문을 열심히 쓸 것인가 해수욕장에 가서 놀 것인가. 참으로 괴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선택할 것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고, 그 선택을 괴로운 일로 여긴다는 것은 아직도 젊다는 것이다. 윤촌인이여! 온 몸으로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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