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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원을 찾아서]韓中철학회'性理大全'에 푹 빠져 18년째 읽고 또 읽고… '성리대전'은 호광(胡廣) 등 42명의 학자가 명나라 영락제(永樂帝)의 명(命)을 받고 엮은 70권짜리 책이다. 주자(朱子) 등 여러 학자의 성리설(性理說)과 이기설(理氣說) 등을 13가지 항목으로 분류해 1415년 완성했다. 한중철학회가 18년째 성리대전을 손에서 놓지 않는 까닭은 "성리학은 우리 조상의 정신, 나아가 동아시아의 정신을 담고 있는 큰 그릇이고, 오늘을 이해하려면 어제의 사상이 농축돼 있는 고전부터 조명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회장 윤용남 교수)이다. "500년 전 철학을 집대성한 성리대전은 당연히 지금의 사고방식과 안 맞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내용도 곱씹어 읽고 거듭 생각하다 보면 한 가지 변치 않는 핵심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인본(人本)이다." 윤 교수는 "특히 예절을 다루는 예학(禮學)은 표현 방식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웃어른을 공경하고 주변 사람들을 섬기는 근본정신은 21세기에도 더욱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한중철학회 회원들은 성리대전 중에서도 '태극도설(太極圖說)' '통서(通書)' '정몽(正蒙)' '역학계몽(易學啓蒙)' '율려신서(律呂新書)'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 '홍범황극(洪範皇極)' '주자가례(朱子家禮)' 등 단행본으로 묶여 있는 책들을 주로 강독하면서 이기(理氣)·성리(性理)학(學), 치도(治道) 등 성리학의 기본개념들을 꼼꼼히 익힌다. 지난해 9월에는 회원들이 번역한 내용 중에서 중국 북송(北宋)의 유학자 주돈이(1017~1073)의 '태극도설'을 한글로 풀이한 '태극해의(太極解義)'(소명출판)를 출간했다. 은행 퇴직 후 늦깎이로 숭실대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조희영(57)씨는 3년 전 곽신환 숭실대 교수의 권유로 철학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조씨는 "박사과정 면접 때 송(宋)대 학자 소강절(邵康節·1011~1077)의 역학(易學)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더니 곽 교수가 마침 한중철학회가 성리대전에서 소강절의 '황극경세서'를 강독 중이니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바로 달려왔다"고 했다. 매주 2시간씩 이어지는 강독 시간에는 회원들 간 의견충돌도 자주 일어난다. 지난 14일 강독회에서는 주자가 유가(儒家)의 예법의장(禮法儀章)에 관해 상술한 주자가례의 '사대봉사(四代奉祀)' 구절을 놓고 해석이 '자기 위로 4대 조상까지만 제사를 지내면 된다'와 '4대뿐 아니라 시조에게도 제사를 지내야 한다'로 엇갈렸다. "처음 기틀을 잡은 조상은 묘제(墓祭)만 보존해도 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해석을 내놓느냐"며 공방을 이어가던 회원들은 강독 말미에 "한 주일간 더 연구해보자"고 결론을 내린 뒤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고, 토론의 앙금은 한 잔 술로 풀었다. 9년째 강독회에 참여 중인 이철승 연구원은 "성리대전을 통해 동양철학의 전체적인 흐름을 꿰뚫게 되어 철학자 개개인과 동아시아 철학사를 바라보는 인식도 농밀하고 세밀해지는 성과가 있다"며 "또 다양한 전공의 회원들끼리 서로의 논문에서 틀린 점은 없는지도 검토해주기 때문에 한중철학회는 이들 전공지식의 자연스러운 교직으로 날마다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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