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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2014년 5월 30일 서울역 건너편에 있는 LG유플러스타워 회의실에 교수 두 명과 수석교사 7명, 총 9명이 모였다. 이들은 사범대와 중등학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고, 이제 외국 것이 아닌 우리 전통적인 교수법에 관심을 가져보자고 모인 것이다. 처음 만나 인사를 마친 후, 본인이 과거의 질문법을 중심으로 하는 교수법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였다. 다음에는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연구해 갈 것인지 협의하였다. 그래서 우선 우리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을 기존 논문이나 책 등에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다만 과거 서당교육은 현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므로 그것은 제외하고 중등학교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향교, 서원 성균관 등의 교육방법에 한정하여 찾기로 하였다. 다음 6월에는 그 옆 퇴계로 쪽에 있는 대우재단빌딩 회의실에서 모였다. 그간 조사⋅연구한 것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서당의 암기 교육에 관한 자료는 많았지만 향교나 서원 등의 교수 자료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서당식 암기 교육의 특징은 1대1 개인별 맞춤교육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이 몇 명이든 학생마다 배우는 교재가 다르고 진도도 달랐다. 한 사람의 서당 훈장이 수십 명의 학생을 한 사람 한 사람 개별적으로 가르쳤다. 이 때 학생이 많은 경우 선배 학생 중 한 사람을 접장(接長)으로 임명하여 후배들을 가르치고 통솔하게 하였다. 물론 접장은 보조자이지 훈장을 대리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학습 진도는 정해진 진도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돌아 앉아 외우는 배강(背講)을 실시하여 완전히 이해하고 외웠을 때 다음으로 나아갔다. 여기에 열흘마다 하는 순강(旬講), 보름마다 하는 망강(望講), 한 달마다 하는 월강(月講) 등을 실시하여 점검하였다. 이것은 󰡔대학(大學)󰡕을 배우기 시작하는 15세 이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대학󰡕을 배우기 시작한 후에는 이런 배강 위주의 교육이 없다. 본인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7살 때 이웃동네 서당에서 성하순(成夏順)선생님으로부터 󰡔천자문(千字文)󰡕을 배웠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하였다. 하루에 넉자씩 배웠는데 그날 다 외우고 검사받고 집에 갔다. 다음날 아침에 확인받고 잊지 않았으면 다음 것을 배웠다. 대학에 입학한 후 1학년 가을부터 재야 학자이신 계락(嵠樂) 이종술(李鍾述) 선생님을 사사(師事)하였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20여년을 모시고 󰡔논어(論語)󰡕, 󰡔주역(周易)󰡕, 󰡔시경(詩經)󰡕 등을 배웠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한 번도 먼저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본인이 읽고 해석하였는데, 크게 잘못된 것만 바로잡아 주셨다. 그 다음 질문을 드리면 거기에 최소한으로 답변하셨다. 이런 방법들은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배우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초등학교 때와 대학 때는 잘 몰랐지만, 대학원에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유학(儒學) 공부를 하면서 이것이 공자의 교육법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하루하루 자라기를 기다리며 기고 앉고 걸을 때마다 한 단계 한 단계 이끌어 주시던 부모님처럼 이끄는 것이다. 엄마의 계획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 속도에 맞춰 가르치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이 공자의 교육법이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아이는 젖먹이고 밥 먹이면, 저절로 자라게 되어있고, 궁금하면 묻게 되어 있다. 그 때마다 조금씩 이끌어주고 가르쳐주면 그것을 받아들여 반듯하게 잘 자란다. 빨리 자라지 못하는 나를 보며 기다리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얼마나 지루했겠는가? 그래도 그 분들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그 덕으로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대학의 교수가 된 뒤로 본인도 우리 선생님처럼 가르쳐 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학생들에게 질문하도록 유도하였다. 질문이 없으면 답변도 없다. 지루하게 기다리며 질문을 만들도록 학생들을 다그쳤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공부하려니 굉장히 힘들어 했다. 그러나 그 덕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뒤로 많은 학생들이 교원임용시험에 대거 합격하였다. 공자의 가르침은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한 자연의 섭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본성(本性)의 내용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이고, 그 중의 지(智)가 지적(知的) 호기심을 일으켜 배움으로 이끈다. 사람은 이 지(智)를 본성으로 가지고 있기에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배우려고 애쓴다. 다만 안으로부터 지적(知的) 욕구가 뻗쳐 나올 때 막힌 것을 뚫어주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정도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구상의 만물은 대부분 봄이 되면 소생하여 자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싹 나는 시기와 시간, 자라는 속도 등은 종류마다 다르고, 같은 종류라 하더라도 각 개체마다 다르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인위적인 노력은 최소화하고 자라기를 기다려야 한다. 오히려 인간이 그 만물의 생장(生長)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산란기의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되고, 성장기의 나무를 베어도 안 되며, 봄에 화전(火田)을 일궈서도 안 된다. 바람에 넘어지려는 식물은 북돋아주고, 다친 짐승은 싸매주고, 눈 쌓인 겨울 굶지 않게 먹이주면 만물은 무럭무럭 잘 자란다. 사람도 그렇다.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아이 손잡아 주고, 옹알이하는 아이 말을 열어주고, 몰라서 애타는 사람 가르쳐 주면 반듯하게 잘 자란다. 이것이 사람과 동식물이 어울려 사는 방법이며, 그들을 도와주는 방법이다. 인위적으로 학습목표를 세워놓고 몰아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그것도 학생마다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다그치는 것은 각자의 적성과 능력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많은 학생을 불편하고 불행하게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교육방식은 설혹 좋은 효과가 있다하더라도 해서는 안 된다. 학대(虐待)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모임이 처음 시작하기 직전 매우 슬픈 일이 일어났다. 4월에 세월호가 침몰하여 아주 많은 사람, 특히 수백 명의 고교생들이 돌아오지 못하였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 큰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학생들이 배 안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승무원의 말만 듣고, 이를 철석같이 믿고 배안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다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선생님이 정답이라고 가르치면 그것이 왜 정답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그냥 정답이라고 믿고 빨리 외워야 한다. 이렇게 길들여진 학생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그 정답을 지킬 줄만 알았지, 왜 그것이 정답인지 의문을 갖거나 검증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기서 그 답을 한번만 의심하거나 왜 그런지를 따져보도록 가르쳤다면, 그 사고가 그렇게 큰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교육방법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현재 교육현장에 있는 교육자의 사명이다. 공자의 단비[時雨, timely rain]교육은 공자 이후 수 천년동안 사용하던 교수법이다. 학생마다 배우는 것이 다르고, 배우는 것이 같더라도 진도가 다르다. 철저한 개인맞춤형 교육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되 그날그날 배우고 싶고 배울 수 있는 만큼만 배운다. 과정도 자신의 형편과 성향에 따라, 배우고 싶고 배울 수 있는 만큼 배우고 그친다. 󰡔예기(禮記)󰡕에 “와서 배운다는 말은 들었으나, 가서 가르친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禮聞來學, 不聞往敎)”고 하였다. 학생이 스스로 와서 배우는 것이지, 선생이 가서 억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싶을 때 가르쳐야 학생과 선생이 서로 품위를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공자는 묻는 것만 물을 때 가르쳤다.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 보고 혼자서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을 묻고, 선생은 그 얽힌 문제의 실마리만 풀어준다. 우리 모임이 그간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여 펴내려고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Ⅰ부 생략 제Ⅱ부 생략 제Ⅲ부 생략 단비교육은 어느 날 돌연히 창안해낸 방법이 아니고 공자이후 수천 년 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다. 우리 조상들이 갈고 닦으며 수 없이 검증한 방법이다. 목말라 할 때 물을 주고, 배고파할 때 밥을 주는 가장 자연스런 교육방법이다. 학습자와 교수자가 서로 존중하며 함께 배워가는 교육방법이다. 함께 편안하고 행복한 교육방법이다. 양계장의 닭장에서 나와 자연의 품에서 노니는 행복한 닭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이 작은 노력이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행복으로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2016년 7월 일 성신여자대학교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저자들을 대표하여, 성신여대 교수 윤용남 쓰다 윤용남 외 8인 공저, 동문사, 2016년 7월 30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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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 목	조회	추천
72	[성리대전性理大全] 역주자 서문	529	2
71	[전통교육에 기초한 단비교육] 머리말	219
70	희망찬 출범	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