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晴野
2009/8/18(화)
유교신문 8월 15일자 특별기고- 윤용남  

전통 윤리사상 이제 버릴 것인가?

  지난 7월 24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발표한 ‘미래형 교육과정’의 특징 중 주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현재의 국민공통 10개 기본교과를 7개 교과군으로 통합·조정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위학교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하여 학교장이 20%까지 증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편안에 따를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교과는 ‘도덕’이다. ‘도덕’은 그동안 독립교과로서 편성의 자율권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필수교과로서 주당 1~2교시의 시수를 할당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회과와 통합되고, 거기에 20%까지 자율적으로 시수를 증감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면, 그동안 가졌던 지위를 모두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도덕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였던 전통 윤리사상 교육을 사실상 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도덕교과에서 전통 윤리사상이 차지하였던 비중은 겨우 4분의 1정도인데, 이것이 줄어들면 거의 유명무실하게 될 것은 明若觀火하다. 도덕교과를 축소해도 좋다는 것은 결국 전통윤리 교육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자문회의에서는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라는 선전 문구를 내걸고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자녀나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부모나 교사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이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자녀가 꿀을 먹고 싶어 한다고 해서 꿀만 먹일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꿀이 맛있어서 먹지만 조금만 더 먹으면 속에서 불이 나서 힘들어 한다.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지도해야 하듯이, 공부도 일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골고루 배우도록 지도하고 이끌어야 한다.

전통 윤리사상은 당장 학생들에게 꿀처럼 단맛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때론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라고 한다.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겸손하게 물러서서 성실히 자기가 할 일을 하라고 한다.

배려, 절제, 겸양, 지혜, 성실 등은 전통 윤리를 대표하는 말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 서양의 윤리관이나 인생관과 비교해 볼 때,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들 정도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돌아보건대 1960~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도로를 낼 땅을 국가에 팔라고 하면 두말없이 내어 놓았고, 시가보다 더 받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침탈과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가 놀랄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한 데에는 이처럼 공익을 위한 헌신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점점 학교와 언론 등에서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를 정당화하기 시작하면서, 공익을 생각하는 사람은 뒷전으로 밀리고, 사익을 앞세우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으로 대우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이 주춤거리는 요인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최근의 쌍용자동차의 사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회사가 통째로 망할 지경인데, 거기서 각자 사익을 챙기기 위해 한 치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으니, 무슨 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미국의 경제위기, GM社의 파산 등이 모두 공익을 뒷전으로 하고, 사익을 앞세운 데서 발생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자본주의의 최고 선진국이 이러한데, 다른 나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전통윤리 교육의 축소는 이러한 사회 풍조를 더욱 가속화 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도 공익에 대한 헌신도 배우지 못하고 입시기계로 성장할 경우 미래는 희망이 아니라 재앙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미래의 꿈나무가 아니라 생존경쟁에 내팽겨 쳐진 희생물이 될 것이다. 다른 집의 아이들이 아닌 내 자식, 내 조카가 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GM이, 파산한 미국의 수많은 투자 은행들이 될 것이다.

고도의 자본주의가 곳곳에서 병폐를 드러내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조상이 물려준 슬기로운 가르침을 스스로 버리고 성장과 민주화에 발판이 된 정신적 자산을 포기하려 하고 있다.

모든 儒林들은 우리의 반만년 이어온 정신적 자산을 위정자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버리지 않도록, 눈에 불을 켜야 할 것이다. 악몽은 악몽으로 그쳐야지 현실화 되서는 안 된다.

  尹用男(성신여대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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