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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뭔지?(26) 431301282033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나는 이제 너를 이 세상에 내어놓을 작정이다."라고 말해 줬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히 나오지 않겠다고 했으리라. 왜냐하면 나는 엄마와 분리되는 것이 싫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엄마가 나를 이 세상에 내어놓고서 젖을 줄 때, 이것을 먹고 빨리 자라서 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나에게 이해시켰다면 나는 그 젖을 먹고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의 추악한 모습을 더욱더 잘 알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국민학교에 가서 글을 배우면 더욱 무섭고 괴로운 일이 많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면 나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미가 나를 사랑할 때, 나중에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면, 나는 그 미를 그토록 마음 속 깊이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모든 일이 이처럼 그 眞相을 잘 몰라서 하는 일이 참으로 많다. 아니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大學에서도 格物致知를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한 것인가?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고, 물은 엎질러진 것이어서 나는 이제 事理를 조금은 판단할 만큼 자랐고, 글도 남 못지 않게 배워서 신문도 책도 읽을 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이 너무도 더럽고 추악해서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면서 속고 몰라서 속고 이래저래 속기는 마찬가지다. 정말로 하루라도 속지 않는 날이 있는가? 格物致知를 참되게 하지 못해서 그런가? 좋아도 싫어도 이제는 살 수 밖에 없다. 이만큼 컸으면 이 세상에 나서 속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할 의무가 있다. 알아서 남에게도 가르쳐 주어야 할 의무도 있다. 엄마에게서 분리되면 좋다는 것, 글은 배우면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이 땅에 심어야 한다. 지금 이 세상 사람은 너무도 속으면서 살고 있다. 삶 속에서 속임을 빼내 놓으면 남을게 없을 정도다. 결국 산다는 것은 속는 것이요, 삶의 의미도 속는 데 있다. 그러나 미래의 삶은 속지 않고 사는 것이어야 한다. 거기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4313012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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